‘카톡 감옥’에 ‘와이파이 셔틀’까지…교묘해지는 사이버 학폭

기사승인 2021-04-21 15: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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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감옥’에 ‘와이파이 셔틀’까지…교묘해지는 사이버 학폭
게티이미지뱅크.

[쿠키뉴스] 최은희 인턴기자 =#중학생 A양은 지난 1년간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함께 어울리던 무리와 싸운 이후로 사이버 학교폭력을 당했기 때문이다. 단체 채팅방에 초대돼 온갖 욕설과 조롱에 시달렸다. 메신저 계정을 탈퇴하고, 전화번호를 바꾸기 전까지 괴롭힘은 이어졌다. 마음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A양은 불면증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늘면서 사이버 학교폭력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예방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20일 학교폭력 예방·치료를 위한 NGO 푸른나무재단(청예단)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이버 학교폭력에 대한 연구결과를 밝혔다. 재단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17개 시·도 재학생(초등학교 2학년~고등학교 2학년) 62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이버 학교폭력 피해는 16.3%로 전년 대비 3배 가량 늘었다.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경험한 폭력 유형은 ▲언어폭력 ▲사이버 명예훼손 ▲사이버 따돌림 순이었다. 대다수 메신저나 SNS에서 이루어졌다. 영상·사진 등이 확산해 피해가 커지기도 한다.

방식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한 사람을 단체 대화방에 초대해 욕설을 퍼붓는 ‘떼카’, 대화방을 나가면 계속 초대하는 ‘단톡(단체카톡) 감옥’, 따돌림의 대상만 남겨두고 대화방을 나가버리는 ‘방폭’ 등이 대표적이다. 대화방을 나와도 끊임없이 초대해 괴롭힌다. 강제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시킨 뒤 스마트폰의 테더링 기능을 통해 와이파이를 갈취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교육 당국이나 가정에서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온라인상에서 일어나는 괴롭힘이기 때문에 기존의 학교폭력처럼 외부 감시가 쉽지 않다.

관련 예방책은 미진하다. 학교폭력예방법 등 관련 법률에선 사이버 학교폭력이라는 용어조차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지난 2012년 개정한 학교폭력예방법에는 ‘사이버 따돌림’이 학교폭력 유형 중 하나로 추가됐을 뿐이다. 새로운 유형의 사이버 학교폭력을 포함·예방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 현장의 대처도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교육부가 내놓은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해당 가이드북에는 사이버 학교폭력 발생 시 교사와 학교의 대응 방침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피해·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나 지원 체계도 구체적이지 않다. 사이버 학교폭력 관련 상담과 신고만을 전담하는 특화기관도 없다. 

푸른나무재단 관계자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을 위한 사회적 대응 시스템이 취약하다”며 “피해 학생들이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관계 자원을 확대해야 한다. 온 사회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oeun231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