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안망] “잘 지냈니? 홈피에 내 사진 좀 지워줄래?”

이소연 / 기사승인 : 2021-08-29 06:20:02
- + 인쇄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안녕, 잘 지냈니? 오랜만이다. 우리 얼굴 본 지도 거의 10년은 된 거 같아. 취업 준비한다고 너랑도 흐지부지 연락이 끊겼었네. 우리 고등학교 때 석식 먹고 맨날 운동장 돌던 거 기억나? 진짜 옛날이다, 그치? 이번에 미니홈피 다시 열렸잖아. 네 홈피 들어가 보니까 우리가 만든 웃긴 ‘UCC’ 요새 틱톡만큼 재밌더라. 그런데 있잖아. 미안한 부탁이지만 혹시 그거 지워줄 수 있을까?”

몇 개월 후 받게 될, 혹은 쓰게 될 편지일지 모릅니다. 동의 없이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내 사진을 만나면, 누구라도 매우 당황스러울 겁니다. 과거에는 동의했더라도,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불편할 수도 있고요. 사진뿐만이 아닙니다.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부터 ‘나’를 특정할 수 있는 사연까지. 온라인에 내 정보가 떠돌고 있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와 가상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대처법을 정리해봤습니다.

◇ “OO아, 지워줘서 고마워.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다 퍼갔네…?”

“전에 얘기한 UCC 지워줘서 고마워. 다시 보니까 ‘내가 이랬다고?’ 싶더라니까. 그런데 UCC가 다음 카페에도 올라가 있더라고. 아는 사람이 ‘야, 이거 웃기다’면서 링크 보냈을 때 기절하는 줄 알았어. 모르는 사람들이 웃기다고 퍼간 것 같아. 요새는 길 가다가 누가 힐끔 쳐다보면 신경 쓰이더라. 날 보고 웃는 거 같기도 하고 말이야. 이거 도대체 어디까지 퍼진 거니”

→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검색’의 민족 아닙니까. 흩날린 게시물을 찾기 위해서는 검색이 꼭 필요합니다. 일일이 검색한다는 게 아득하거나 수많은 정보가 섞여서 찾기가 어렵다면, 구글 검색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봅시다. 당신의 개인정보 혹은 게시글의 주요 단어를 큰따옴표(“”) 안에 넣어 검색해봅시다. 큰따옴표 안에 들어간 내용은 반드시 검색 결과에 포함됩니다. △ 포털사이트 △ 카페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등 사이트를 분류해 검색해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검색창에 ‘site: 사이트 주소 키워드’를 적어 넣으면 해당 사이트에서 검색한 결과만 보여줍니다. 게시물이 글이 아니라 사진이라면 이미지 검색을 이용해보세요. 사진으로 검색하면 완전히 같거나 유사한 이미지가 나옵니다.

◇ “찾긴 했는데, 지워줄까 모르겠어ㅠㅠ”

“그래. 네 잘못 아닌 거 알아. 작성자한테 쪽지와 메일 보내고 있는데 이것도 정말 일이다. 게시자들이 ‘애초에 올린 게 잘못 아니냐’고 적반하장으로 나오면 어떡하지. 아무리 ‘디지털풍화’ 됐어도 내 얼굴인 게 보여서 그냥 두긴 찝찝하고. 아냐, 걱정할 시간에 메일 한 통이라도 더 보내야겠다”

→ 걱정마세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으로 권리가 침해된 경우, 삭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다음 등의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는 삭제 요청을 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임시조치 해야 합니다. 다만 삭제하려는 게시물의 권리침해 당사자가 ‘본인’임이 증명돼야 합니다. 바꿔 말하면 해당 게시물에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작권법 위반으로도 삭제가 가능한데요. 원저작권자가 본인이라는 사실 역시 증명해야 합니다.

→ 혹시나 걱정하시는 게 불법촬영물일까요? 불법촬영물은 범죄입니다. 당연히 삭제 가능합니다. 정부에서 무료로 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성범죄지원센터에서 삭제, 유포 현황 및 수사 과정 모니터링, 심리치유까지 모두 도움받을 수 있습니다.

◇ “퍼간 사람들이랑 연락이 안 돼. 포기할까…(먼 산)”

“내가 쪽지를 보냈거든. 근데 ‘읽씹’하거나 아예 읽지도 않아. 이제 그 커뮤니티에서 활동 안 하나 봐. 아무래도 내가 직접 사이트 운영자들한테 연락을 해봐야 할 것 같아. 너 혹시 바쁘지 않다면 도와줄 수 있니? 나 혼자 하기 너무 벅차다. 어디 어디에 올라가 있는지 내가 리스트 보내줄게”

→ 포기하기 전에 눈을 크게 뜨세요. 해당 사이트 홈페이지 하단에 ‘권리침해신고안내’라는 문구를 찾아보세요. 사생활 침해·명예훼손·저작권침해 등의 게시물로 피해를 받는 경우 신고할 수 있는 절차가 나와 있는데요. 피해자가 사이트에 신고를 접수,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신고요건 및 내용 확인 후 게시 중단이 이뤄집니다. 이는 게시자에게도 통보됩니다. 게시자가 30일 이내에 소명하지 않는다면, 게시물은 영구히 사라집니다. 만약 소명을 해서 게시물이 살아나면, 행정기관 심의 판단이나 법원의 판결로 해결해야 합니다.

→ 하나씩 연락해 삭제하는 건 힘든 일이죠. 원본 공략이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네이버 등 일부 사이트에서는 블로그·카페 등의 원본이 삭제된 경우, 스크랩된 글도 삭제됩니다. 일일이 다 삭제 요청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예요.

→ 사이트에서 권리침해신고 링크를 못 찾겠다고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서는 회원사의 권리침해신고 사이트로 직접 갈 수 있는 링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회원사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 뽐뿌, 오늘의유머, 클리앙, SLR 등입니다. 다만 해외 사이트에 게재됐을 경우, 노력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국내 사이트와는 다른 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해당 국가 언어로 소명서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너무 어렵고 복잡한 절차에 지친다면 디지털 삭제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볼 수도 있습니다.
 
◇ “오, 삭제 다 했어. 근데 검색하면 왜 계속 나와?”

“고마워. 네가 도와준 덕분에 손쉽게 끝냈어. 나 혼자 지우기 정말 힘들었을 거야. 그런데 게시물은 다 삭제됐는데, 아직 검색창에 치면 기록이 남아 있더라고. 시간 지나면 사라지기는 한다는데…. 나는 이거 빨리 지우고 싶거든. 바로 삭제하려면 따로 포털에 신청해야 한다는데 혹시 같이해줄 수 있어?”

→ 이제 거의 다 왔으니 힘을 내세요.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사이트에서는 “삭제 후 결과 반영에 조금 시일이 걸릴 수 있지만 대부분 바로 삭제된다”고 답했습니다. 혹시 검색 결과에 뜨는 것 역시 빠르게 삭제되길 원하면, 다시 한 번 권리침해신고 센터에 문의하는 걸 추천드려요.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취재도움_네이버, 다음, 김호진 산타크루즈컴퍼니 대표, 삭제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A씨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