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나라로’ 눈 앞에 다가온 죽음을 대하는 방법 [쿡리뷰 in BIFF]

기사승인 2021-10-07 20: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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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나라로’ 눈 앞에 다가온 죽음을 대하는 방법 [쿡리뷰 in BIFF]
영화 ‘행복의 나라로’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죽음이 눈앞에 다가온 사람들은 무엇을 원할까. 영화 ‘행복의 나라로’(감독 임상수)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운명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거금을 손에 쥐는 우연이 동시에 일어난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시한부 삶이란 개인사와 돈을 놓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교차한다. 인물들은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때로는 하고 싶은대로 이리저리 움직인다. 남들이 보면 행복의 나라로 떠나려는 어설픈 도둑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정작 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끊임없이 망설인다.

삶의 끝을 마주한 인간의 깊은 고뇌나 경찰과 깡패를 피해 달아나는 추격전의 긴장감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긍정과 코미디 비중이 크다. 이는 죽음을 대하는 영화의 태도를 의미하는 듯 하다. 일상 아주 가까이에 불쑥 들어온 죽음의 그림자를 어떻게 수용하는지 설명하는 느낌도 든다. 그 설명이 누군가에겐 의미있는 조언으로, 누군가에겐 불필요한 잔소리로 들릴 수 있다. 그래도 203(최민식)과 남식(박해일)이 여행 도중 느끼는 수박의 맛과 시원한 바람, 밴드의 노래, 바다의 색처럼 오감을 자극하는 순간은 모두의 공감을 사지 않을까.

지난해 제73회 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됐고,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임상수 감독이 ‘나의 절친 악당들’ 이후 6년 만에 공개한 작품이다. 배우 최민식과 박해일이 같은 작품에서 연기한 건 ‘행복의 나라로’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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