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미는 ‘과세’ 외국인은 ‘비과세’…증권사의 이중잣대

국세청, 국내 개인투자자 주식스왑 소득 원천징수 지침
증권사, 외국인 투자자 TRS 거래 배당소득 등엔 적용 반발
“외국인 세금 받기, 사실상 불가능...증권사 물어줘야”

기사승인 2021-10-15 06: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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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개미는 ‘과세’ 외국인은 ‘비과세’…증권사의 이중잣대
그래픽= 이해영 디자이너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국내 증권사들이 파생상품 거래에서 개인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 간에 과세 차별을 두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인의 파생상품 거래에 대해서는 실제 소득 유형별로 원천징수하지 않았으나 국내 개인 투자자에게만 세금을 걷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국내에 일관된 과세 규정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라는 호소가 나왔다.

15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세청은 지난 2014년 장외파생거래상품인 주식스왑 거래 소득 과세 기준에 대한 예규를 냈다. 예규란 행정기관이 감독권을 기반으로 내놓는 행정규칙이다. 당시 국세청은 국내 개인투자자의 주식스왑계약에서 발생한 소득을 원천에 따라 과세하라는 지침을 내놨다. 파생상품 거래에서 소득 종류를 임의로 판단하거나 변경해서 세금을 매길 수 없다는 기준을 이미 수년 전에 분명히 했던 셈이다.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지침을 수용해 해당 파생 거래에서 발생한 소득을 실제 종류(원천)에 따라 원천징수를 했다. 적어도 2014년에는 파생상품 거래 소득을 원천에 따라서 과세하는 기준에 대해 국세청과 증권사 간에 이견이 없었던 셈이다. 현재까지도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스왑 거래에 대해서는 소득 원천별로 원천징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2014년에 나온 예규가 최근 불거진 외국인 투자자의 TRS(총수익스와프) 탈세 논란에도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이라는 점이다. 당시 개인투자자 대상 파생상품 과세 지침을 수용했던 증권사들은 최근에 와서는 국세청을 상대로 대립각을 세웠다.

국세청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TRS 거래에서 발생하는 배당소득 등에 대해 원천징수하라는 처분을 내리자, 과세 규정이 없다며 증권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파생상품을 소득 원천별로 분류해 과세할 법적 기준이 없기에 국세청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파생상품 소득 처리될 경우, 외국인이 TRS로 지급받는 배당금과 이자 등은 국내에서 원천징수 되지 않는다.

현재 과세 처분을 받은 증권사들은 조세심판원에 국세청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심사청구를 넣은 상태다. 조세심판원에서 국세청의 입장을 수용할 경우 추가로 불복 소송을 진행해 과세 기준을 다투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과거 개인투자자 대상의 유사한 과세 지침은 수용했다는 점에서 이중잣대라고 지적한다. 파생상품거래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소득 원천에 따른 원천징수를 해왔음에도 외국인 투자자 대상으로는 규정 공백을 이유로 하지 않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소득 원천을 따지는 문제에 대해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논리로 보인다”며 “국내 개인투자자 대상으로는 구상권 청구해서 원천징수 못한 세금을 받아내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그런데 외국인이 되면 이야기가 다르긴 할 것이다. 복잡하고 난처한 일이 된다. 그래서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세청의 일회성 처방이 문제이기도 하다. 저런 사례가 있어서 예규를 냈으면 파생상품 거래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포괄적인 예방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니 금융사들이 그 허점을 이용하려고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종문 교수(동국대학교)도 “이미 예규가 나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TRS 거래에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던 것은 좀 용감하게 군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조세심판원에서 어떻게 평가할지 지켜볼 일”이라고 평가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증권사 차원의 고의적인 과세 처리는 없으며, 법적 기준 공백이 문제라는 호소가 나왔다. 분쟁 해결을 위해서 궁극적으로는 기획재정부 차원에서 세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의 조세불복 공동대응을 대리하고 있는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파생거래상품이지만 한 예규를 다른 거래 사안으로 확대 적용하기 어렵다. 원천징수 대상이 외국인과 내국인으로 다른 문제도 있다. 파생거래는 건별로 다르게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과세하지 않은 증권사들이 법을 어긴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파생상품 과세 규정이 명확하게 조문화돼있지만, 국내는 없다. 국내 조세 체계가 열거주의임에도 규정이 없으니 그동안의 거래 관행에 따라 하고 있던 것일뿐이다. 차라리 명확한 법적 기준이 있으면 따르는게 낫다”고 말했다.

이어 “국세청에서 이번에 처분을 내리면서 5년간 원천징수하지 않은 금액에 대해 이번 기준을 소급적용해서 고지서를 다 발부하겠다고 한다. 증권사는 굉장히 곤란한 입장”이라며 “추징당하게 되면 외국인들을 전 세계로 쫓아다니면서 받아와야 한다. 그런데 순순히 줄 리가 없고, 브로커를 이용한 외국인 거래의 경우 소득을 가져간 대상이 애매해진다. 외국인 대상의 사후적 추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면 증권사가 물어줘야 하는데 외국인의 소득에 대해 국내 증권사가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탈세 의심 거래가 포함된 외국인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대금은 224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별 최근 5년간 거래대금 규모는 △미래에셋증권 111조632억원 △한국투자증권 40조3286억원 △신한금융투자 24조1220억원 △NH투자증권 19조666억원 △하나금융투자 13조2399억원 △삼성증권 9조9037억원 △KB증권 6조3828억원 △유안타증권 1298억원 △대신증권 1101억원 △교보증권 518억원 △하이투자증권 318억원 △신영증권 219억원 △키움증권 113억원 △IBK투자증권 58억원 등이다.

ysyu101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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