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대표단이 한국 대선 후보를 만난 까닭은?

[인터뷰] 김동석 美 한인유권자연대 대표 ① 차기 대통령의 바이든 정부 접근법

기사승인 2021-11-13 12: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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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통령선거 유력 후보를 미국 연방 상원의원과 국무부 아태차관보가 만나고 갔다. 뉴욕타임스 간부들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따로 만났다. 미국은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서 무엇을 보려 했을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떻게 외교적 실리와 명분을 다 챙길 수 있을까?미국 의회를 무대로 한인 유권자들의 권익 활동을 오랫동안 해 온 김동석 한인유권자연대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 취재본부를 찾아왔다. 국제 사회의 동향과 미 의회의 상황, 그리고 한국 외교의 나아갈 방향을 이야기한 인터뷰를 2차례에 걸쳐 옮긴다.

美 정부 대표단이 한국 대선 후보를 만난 까닭은?
김동석 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미국 의회에서 한인의 목소리를 내어 온 인물이다. 박효상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 의회도 온라인으로 운영됐다는데.

“(의회만 아니라 지난해)대통령선거도 그랬다. 팬데믹으로 어지간하면 우편으로 투표를 했다. 우편으로 한 덕분에 민주당의 조 바이든이 이겼지. 아니면 졌다. 민주당은 지지자 숫자가 많아 투표하기 쉬울수록 이긴다. 많은 전문가들이 내년 중간선거에서는 상하원을 공화당이 차지하리라 예측한다. 지난 주 선거가 그걸 보여주지 않았나. 트럼프 같은 대통령이 미국에서 나온게 어쩌다 일어난 일이 아니다. 지금 미국에선 오랫동안 권력을 가져온 백인들과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사실상 내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를 두고 벌이는 역사적인 갈등이다.”

트럼프 시대의 분열, 바이든 정부에서 더 격렬해졌다

-트럼프 통치 당시 미국에 나타났던 극심한 이념 갈등은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가라앉지 않았나.

“더 격렬해졌지. 눈에 보이지만 않을 뿐. 지난 주 선거 결과를 보면 지난 해 민주당이 10%포인트 차이로 이겼던 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졌다.”

지난 2일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와 뉴저지주에서 주지사 선거가 열렸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리전으로 불렸던 버지니아 선거에서 공화당 글렌 영킨 후보가 당선됐다. 글렌 영킨 후보는 인종차별에 백인이 책임 있다고 가르치는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이슈를 제기, ‘백인의 역습(White Backlash)’ 바람을 타고 민주당 테리 멕콜리프 후보에 역전승을 거뒀다. 버지니아는 지난 해 대선에서는 바이든이 트럼프에 10%포인트 이상 더 많은 표를 얻었던 지역이어서, 내년의 의회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의 정치 상황도 비슷하다. 여야에 모두 트럼피즘처럼 극단적인 목소리가 득세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의 경우 예전에도 민주 공화 양당에 극우 극좌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그래도 중도 세력이 더 컸다. 지금은 반대다. 민주당은 극좌가, 공화당 극우가 주도한다. 중도가 빈약하니 서로 접점이 없다. 세상의 흐름이 그런 것 같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직접 만나 대화할 기회가 줄어드니 더 심해졌지.”

-문재인 정부와 한국 국민은 바이든 정부가 남북한 관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미국 현지의 분위기는 어떤가.

“바이든 정부는 지금 한국 문제에 관심 둘 겨를이 없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면 당연히 한국 기자와 특파원들은 크게 보도하지만, 미국으로선 지금 외교·안보에서는 중국 이슈가 최우선이다. 트럼프 때도 그랬지만 바이든 정부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바이든 정부로선 지난주 선거에서 진 것 때문에 더 중국 때리기로 갈 수 밖에 없다. 북한 문제는 현상 유지와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활약이 있었고 그만큼 외교에서도 한국의 역할이나 영향력이 커지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바이든 정부에서 그런 변화는 없나.

“지금 미국의 아시아 외교 최우선 어젠다는 한일 관계 결속이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대만이나 인도 호주는 확실하게 미국의 편인데 한국은 그만큼 확실하지는 않아 보인다. 미국은 그런 점이 궁금하다. 바이든 정부도 마찬가지다.”

美 정부 대표단이 한국 대선 후보를 만난 까닭은?
김동석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에서 김지방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효상 기자

한국, 미-중 어느 편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고민해야

-뉴욕타임스 간부들이 한국을 방문해 이재명 후보와 인터뷰했다고 한다. (뒤 이어 미국 상원 대표단이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를 잇따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가 한 발언이 국내에서는 이슈가 되었다.)

“한국의 대통령 후보들도 빨리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구상하는지 입장을 밝히는게 좋겠다 싶다. 워싱턴의 의견은 한국 선거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니까. 미국은 이재명이든 윤석열이든 차기 대통령이 될 사람이 어떤 외교 철학과 노선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 한다. 개인적으로는 포린어페어스 같은 미국 외교전문지에 대선 후보가 외교 노선을 밝히는 기고문이라도 실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고 오랫동안 외교 분야에서 활동했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났듯이 바이든도 남북 관계에서 뭔가 해보겠다는 생각은 없을까.

“바이든은 기본적으로 관용이라는 미국의 정신을 존중하는 사람이다. 좋은 리더십이다. 또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진실을 말하는데 거침없는 지도자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비난을 감수하고 철수를 결정하지 않았나. 그런데 미국을 주도하는 백인들은 이런 바이든 정부에 당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바이든 정부가 현재는 외교 분야에서 뭔가를 추진할 여력이 없다. 미국 국내 이슈가 급한 상황이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은 클린턴 정부에서 메를린 울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상원외교위원장이었고 정책이나 노선으로도 햇볕정책과 가까워 보인다. 안타까운 건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가져온 그런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 줄 정치력이 한국에 없다는 점이다. 무척 안타깝다.”

-바이든 정부의 한반도 정책 방향이 문재인 정부와 일치하더라도 역동적인 추진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보면 되는가.

“다이나믹한 상황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 입장에서 한가지 유념할 점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치 중심의 철학적 정치인이다. 인권이나 평화 문제에서 자기 목소리를 확실해 내어 왔다. 전두환 정권 당시 김대중 석방을 요구했던 일도 그 연장선상이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선이 분명하게 드리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이 ‘우리의 정치 상황이나 안보 위협 때문에 북한 인권이나 중국 문제에 입장을 드러내면 안된다’는 식으로 보여 왔던 모호한 정책, 유보적인 태도는 바이든 정부에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을 향해서도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성취한 인권 평화 같은 보편가치를 요구해야 한다. 바이든은 진보적인 정치 철학을 배경으로 갖고 있다. 평화 인권 환경 문제는 전세계가 공유하는 원칙이다. 중국 버리고 미국에 서라는 식의 요구가 아니라, 한국이 과연 미국과 인권 환경 평화 같은 가치를 공유하느냐, 한국이 가진 국가 철학은 무엇인지 밝히라는 요구를 받게 될 것이다.”

美 정부 대표단이 한국 대선 후보를 만난 까닭은?
김동석 대표는 한국의 콘텐츠가 세계적인 공감을 얻은 이유를 외교에서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상 기자


오징어게임-방탄소년단이 일으킨 공감대, 한국 외교가 교훈으로 삼아야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소프트 파워를 주창한 것이 2004년이었다. 하드파워의 소련과 중국에 대항해 미국이 가진 문화적 매력, 인류에 공통으로 호소할 수 있는 가치를 내세운다면 더 강한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개념이었다. 실제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소프트파워를 주제로 전세계를 순방했다. 한국은 과연 닮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매력적인 국가,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관을 제시하는 영향력 있는 소프트파워 국가가 될 수 있을까?

-한국의 대선 후보들이 자신의 외교적 입장을 국제사회에 피력하면 좋겠다는 제안도 그런 차원에서 말씀하신 것 같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미국에 다가갈 때 어떤 준비를 해야 좋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국내 여론은 백신, 백신, 백신을 구해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백신을 달라고 떼쓰는게 아니라 ‘전세계가 백신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공동대처하자’고 말했다. 그 점이 정말 좋은 영향을 주었다. 지금 오징어게임 같은 한국의 대중문화가 좋은 인상을 주고 있는데, 대중문화만 아니라 기후변화나 빈곤 같은 전세계적인 이슈, 인류 공통의 문제에 한국이 목소리를 내면서 미국과 함께 지구촌의 변화를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바이든 정부에 통할 수 있다.”

-지금 방탄소년단, 오징어게임 같은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데, 그것이 인류 보편의 가치를 제창하는 데까지 이어져야 진정한 소프트파워를 발휘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렇다. 잘 나갈 때 조심해야 잘 된다. 한국 대중문화의 히트작을 보면 빈부격차나 청년 세대 같은 모든 나라의 보편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 많다. 그런 콘텐츠가 전하는 메시지가 지구촌을 하나로 묶고 감동을 주지 않는가. 외교도 마찬가지로 한국만의 국가이익을 외칠게 아니라 인류 보편의 가치관에 호소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인류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가.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면 나도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어느 나라가 다른 나라를 지배하기 위해 지원하고 영향을 주는게 아니라, 우리가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공존하고 지구의 자원을 공유하자는 도움을 줘야 한다.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도 그런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

진행 김지방 대표, 정리 민수미 기자 fattykim@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