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상무 e스포츠단 만들자”… 업계 “취지는 공감하지만”

기사승인 2021-11-18 06:30:02
- + 인쇄
이재명 “상무 e스포츠단 만들자”… 업계 “취지는 공감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e스포츠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창립총회'에서 박정석 프레딧 브리온 단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국군체육부대(상무) e스포츠단’ 창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업계는 반색을 표하면서도 의뭉스러운 시선은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 후보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e스포츠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창립총회에서 ‘상무 e스포츠단’ 창설을 제안했다. 그는 “선수들의 연령이 매우 낮다. 선수생활이 끝나면 선수 양성을 하거나 게임 기업으로 이적한다”며 “군대에 e스포츠 선수단을 설치해 군복무를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고 실력을 양성할 기회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마침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며 “게임하는 아이들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다음 날인 16일에도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개인 페이스북에 ‘게이머 여러분! 이제 상무e스포츠 선수단에 지원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e스포츠가 또 하나의 양궁, 또 하나의 쇼트트랙으로 체육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떨치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무 e스포츠단 창설의 필요성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e스포츠 구단 관계자는 “e스포츠가 이제는 여타 프로스포츠와 비슷한 위치까지 올라섰다”며 “상무 스포츠단을 통한 대체 복무의 기회가 프로게이머에게도 균등하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상무 e스포츠단 만들자”… 업계 “취지는 공감하지만”
2006년 창단했다가 사라진 공군ACE. 제일 왼쪽이 임요환.   공군 제공

다만 일부 관계자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계획과 제도 마련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상무 e스포츠단은 과거 ‘공군ACE’라는 이름으로 존재했지만, 제도적 허점을 드러내며 2012년 해체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옛 공군ACE처럼 상무 e스포츠단이 병역 피난처로 전락할 수 있다”며 “선수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발전의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기존 취지와 달리, 공군ACE는 은퇴를 앞둔 선수들이 입단을 희망했다. ACE에서 전역하고 대부분의 선수가 은퇴해 말이 많았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종목이 다양해져 생기는 문제들도 해결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군ACE는 당대 최고의 인기 종목인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만 구성됐다. 현재는 LoL e스포츠의 시장 점유율이 가장 큰 가운데,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해 ‘오버워치’, ‘발로란트’, ‘카트라이더’ 등의 e스포츠 리그도 적지 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관계자는 “모집 인원을 특정 종목으로 한정해도 문제고, 종목별로 상무 e스포츠단을 만든다고 해도 잡음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후보가 e스포츠 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사심성 공약을 뱉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긍정적인 논의가 필요한 것은 맞다”며 상무 e스포츠단 창단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이 후보 측에서 내놓은 공약들을 보면 이 산업에 대한 이해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게임과 e스포츠의 차이를 알고 있는지도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해서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게임 이용자 권익 등과 관련한 문제는 언급하지도 않았다. 청년 공약이지만 맥을 잘못 짚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후보가 갤러그를 좋아한다는 발언을 꺼냈는데, 이건 안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게임을 잘 모르는 기성세대의 스테레오타입과 같은 게 갤러그”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 후보는 15일 행사에서 “나는 상당히 게임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며 “초기 게임 중에서 갤러그를 원하는 시간만큼 하면 원하는 점수까지 낼 수 있었다. 비석치기, 잣 치기 이런 것에도 뛰어났다”고 말한 바 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친절한 쿡기자 타이틀
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둔 도시 정비 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을 두고, 서울 곳곳이 찬반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모아타운 선정지는 물론 일부 예상지는 주민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으로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모아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