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도깨비 깃발’ 이토록 힘 빠지는 보물찾기 [쿡리뷰]

기사승인 2022-01-19 06: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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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도깨비 깃발’ 이토록 힘 빠지는 보물찾기 [쿡리뷰]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포스터

오래도 걸렸다. 86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 후속편이 ‘해적: 도깨비 깃발’이란 이름으로 8년 만에 돌아왔다. 제목에 ‘해적’ 빼고 모든 걸 바꿨다. 각본을 쓴 천성일 작가 외에 감독과 배우, 캐릭터 다 바뀌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지의 바다를 헤쳐 가는 모험의 재미와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코미디가 매력이란 걸 명확히 알고 그것에 집중한다. 문제는 그것에만 집중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찾아야 할 보물이면 안 찾는 게 낫다.

‘해적: 도깨비 깃발’(감독 김정훈)은 사라진 왕실 보물을 찾는 해적들의 모험을 그린 영화다. 바다에 표류한 무치(강하늘)의 의적단을 해랑(한효주)이 이끄는 해적단이 구해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고려 왕실의 마지막 보물을 실은 배가 어딘가에 있다는 걸 알고 찾아나선다. 잔혹하게 원하는 바를 이루고 마는 역적 부흥수(권상우) 일당도 보물을 찾아 나서며 피할 수 없는 대결이 펼쳐진다.

탁 트인 바다에서 마음 내키는 대로 이곳저곳 모험을 떠나는 자유로움이 영화의 매력이다. 낙천적이고 호탕한 인물들은 시원하게 소리를 내지르고 하고 싶은 걸 해낸다. 끊임없이 코믹한 상황이 이어지고, 인물들의 매력도 분명하다. 연극 무대처럼 배와 섬 이곳저곳을 활용하는 액션도 볼 만하다. 이 시리즈가 왜 국내 극장가에서 흥행에 성공했는지, 가족들이 함께 극장을 찾으려면 어느 정도의 재미가 필요한지 충분히 알고 자신감 있게 만든 모양새다.

‘해적: 도깨비 깃발’ 이토록 힘 빠지는 보물찾기 [쿡리뷰]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스틸컷

다만 이야기에 공감하기 어려운 점은 극복하기 어려운 약점이다. 등장인물들이 보물을 좇는 이유는 다소 기계적으로 그려진다. 지긋지긋한 해산물을 적게 먹기 위해, 육지에서 편하게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보물을 찾아가는 설정이다. 무치는 백성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의적을 결성한 인물이지만, 결국 보물을 찾는 목적은 다른 인물들과 마찬가지다. 보물이 가진 의미와 가치는 잘 언급되지 않는다. 차라리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보물을 찾아 나선 부흥수가 더 현실적이고 인간적이다. 자신의 삶에 별다른 고민 없는 인물들의 모험을 응원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덕분에 코미디와 액션 장면의 몰입도 점점 떨어진다.

포스터에 담긴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듯 배우 강하늘의 존재감이 대단하다. 일본 만화 ‘원피스’ 주인공 루피와 ‘캐리비안의 해적’ 주인공 잭 스패로우(조니 뎁) 같은 해적 두목 특유의 한없이 가볍고 엉뚱한 독특함을 그만의 톤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도무지 다음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발랄하고 발칙한 캐릭터를 현실 인물처럼 표현하며 극의 중심을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강하늘이 먼저 나서서 휘젓고 다니는 길을 다른 배우들이 메워 영화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이광수와 김성오 등 코미디에 능한 배우들의 연기 호흡은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하는 힘이다.

오는 2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