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연기...건설불신·수요부족 등 악재에 발목 

기사승인 2022-01-28 13: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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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연기...건설불신·수요부족 등 악재에 발목 
사진=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던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모 절차를 중단했다. 상장 추진이 연기된 것이다. 기관 공모가 수요예측 참패가 결정적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공모가 수요예측에서 부진했던 것은 예견된 것이었다. 애초 공모가 산정 방식에서 밸류에이션 논란이 있었고, 현대산업개발로 촉발된 악재도 건설주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8일 공모 철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보통주에 대한 공모를 진행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했다”며 “공동 대표 주관 회사 및 공동 주관회사 등의 동의 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달 지난 25∼26일 이틀간 진행된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은 70~80대 1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대형 공모주 가운데 가장 낮은 수요예측 경쟁률을 낸 크래프톤(243대 1)보다도 낮다. 아직 최종 집계는 완료되지 않았으나 부진한 수요예측 경쟁률에 따라 공모가도 희망범위(5만7900원∼7만5700원) 하단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가 수요예측이 부진한 까닭은 우선 다소 높은 공모가 산정 방식이 영향을 미쳤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자사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EV/EBITDA’라는 방식으로 배수를 구했다. EV/EBITDA는 상각 전 영업이익이라는 뜻으로, 기업의 시장가치(EV)를 세전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의 적정 주가를 판단하는데 사용된다.  예컨데 EV/EBITDA가 2라면 기업가치가 1년에 벌어들이는 현금성 영업이익의 2배라는 의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공모가 산정을 위해 국내외 건설사 12곳을 비교해 배수를 구했다. 하지만 정작 직접적으로 비교 대상이 되는 국내 건설사는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대우건설 3곳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세계적인 시공사나 설계 기업을 대상으로 삼았다. 전체 12곳의 평균적인 EV/EBITDA(11.64배)를 구하고 여기에 할인율(14.9~34.91%)을 적용, 현재 공모가 밴드가 나왔다. 국내 비교군의 EV/EBITDA 평균은 약 5배 수준이다. 

또한 투자자들은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배경은 정의선 회장의 지배구조 개편에 맞춰 있다고 우려한다. 수년 전부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향후 현대차그룹 승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은 11.72%로 개인 최대주주다. 기업 중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맏형 ‘현대건설’(38.62%),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글로비스(11.67%), 기아차(9.35%), 현대모비스(9.35%) 등이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은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14년 현대엠코(당시 정의선 25% 지분 소유)와 합병된 이후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다. 지난 2015년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을 제치고 해외건설 수주 1위(총 57억4705만 달러)에 등극했다. 

이는 과거 삼성SDS 상장과 유사하다고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가 급증으로 논란이 된 삼성SDS도 비슷한 절차를 거쳐왔다. 삼성은 상장 전 중요 매출을 창출하는 일감들을 삼성SDS에 몰아주었다”며 “현대엔지니어링도 향후 정의선 부회장 승계 및 상속세 납부 등을 고려하면 상장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건설업종의 불신도 공모가 수요예측 참패의 원인 가운데 하나다. 특히 얼마 전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광주 화정동 붕괴사고 여파로 인해 건설업종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당장 HDC현산은 연초 대비 주가가 40% 이상 폭락했다. 나머지 주요 건설사들의 주가도 하락세다.

건설주 자체도 실적 대비 시장에서 저평가받고 있다. 건설 대장주 삼성물산 주가도 합병 이후 고점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PER(주가수익비율)은 11배에 불과하다. 

아울러 최근 미국 연준이 조기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주식시장은 급격히 냉랭해졌다. 지난해 말 3200p를 넘겼던 코스피 지수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면서 28일장중 26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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