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친환경 선박 수주로 글로벌 조선업계가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단 평가를 받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발 국제 원자재가 상승 영향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에 제동이 걸렸다. 선가도 오름세이긴 하지만, 원자재값 급등이 더욱 거세 국내 조선사들은 선별 수주를 통한 손실 방어에 나서고 있다.
24일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18일 기준 톤당 142.55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9일 톤당 89.83 달러에 거래됐던 때와 비교하면 4개월 만에 50달러 이상 올랐다. 또 제철용 연료탄(석탄) 가격도 크게 치솟고 있다.
철강재 제조에 들어가는 원자재 및 부속품 가격이 오르자 조선사들이 선박 제조에 쓰는 후판의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선박 제조에 들어가는 후판 가격은 한 달 만에 톤당 20~30만원가량이 올랐다. 현재 국내 조선사와 철강사는 상반기 후판가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철광석뿐 아니라 부자재, 석탄 등 모든 자재 가격이 올랐다”며 “기업 입장에서 자재 가격 상승은 결코 달가운 일은 아니고, 현재 후판가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사들은 후판가 동결 또는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부자재 가격이 오른 만큼 인하는 어려워 보인다”고 부연했다.
조선 빅3로 불리는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친환경 선박 수주 열풍에 힘입어 조기 초과 수주를 달성했다. 최근 몇 년간 수주 절벽에 처해지면서 암울한 시기를 보냈지만,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요구와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지난해에는 친환경 선박 수주가 끊이질 않았다.
올해도 친환경 선박의 인기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달 말까지 총 9조2500억원 규모의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변수가 생겨 국내 조선3사의 실적 개선에는 제동이 걸렸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나은 경영환경이 주어질 거란 전망이 컸지만, 뜻밖의 변수로 인해 실적 개선이 당초 예상보다 더딜 질 가능성도 크다.
조선사들이 공급받는 후판 가격은 통상 선박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한다. 많은 수주에도 불구하고 재료비 지출이 늘면 조선사 입장에서 손해를 일부 감수할 수밖에 없다.
다만, 선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은 조선사 입장에서 그나마 위안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신조선가 지수는 154.73를 기록했다. 15개월 연속 상승했다. 신조선가 지수는 글로벌 선박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선가가 올랐다는 의미다.
조선사들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선별 수주에 더욱 집중해나갈 방침이다. 지난해에도 선별 수주 전략을 펼쳤지만, 올해는 수주 물량이 더욱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보다 유리한 고지에서 선박 건조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또 후판가 상승 요인을 적극 반영해 수주 계약에서 선가에 전가하려는 노력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가 상승폭보다 원자재가 더 크게 오르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 되지만, 몇 년 전 수주절벽 시기와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라며 “현재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큰 만큼 후판가격 상승을 반영한 선별 수주로 최대한 실적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