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백내장’ 보장에 당국·업계 갈등...타개책은 없나

실손보험 ‘백내장’ 보장에 당국·업계 갈등...타개책은 없나

1분기 백내장 수술 지급 실손보험료 4570억원…역대 최대
금감원·보험사 ‘백내장 상담 전문 콜센터 운영’…‘미봉책’ 지적도

기사승인 2022-06-08 06:10:01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실손보험이 ‘백내장 보장’을 두고 시끌시끌하다. 유독 백내장 질환에 지출되는 실손보험료가 크다 보니 보험사 입장에서는 지급을 갈수록 까다롭게 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이같은 행태에 제동을 걸며 논란이 커진 것. 이 가운데 보험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비를 받지 못하고 있어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일 금감원은 보험사를 대상으로 백내장 수술 관련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금감원 보험감독국장 주재로 진행된 간담회에는 삼성화재를 비롯해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 9개사와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생명보험사 2개사 총 11업체 실손보험 담당 임원들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금감원은 최근 강화된 백내장 수술 보험금 지급 기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구체적으로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은 백내장 수술 보험금과 관련해 세극등현미경 검사지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세극등현미경 검사는 고배율의 현미경이 달린 검사장비를 이용해 눈을 최대 40배까지 확대해 관찰할 수 있는 검사다. 이를 통해 환자의 백내장 혼탁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손보업계는 최근 백내장이 아님에도 백내장 수술을 통해 보험금을 타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기준을 강화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에서 백내장수술로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457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안과에서 생내장 환자에게 단순 시력교정 목적의 다초점렌즈 수술을 권유하거나 브로커 조직과 연계한 수술 유도와 거짓청구 권유 등 과잉수술이 확산하고 있다”며 “특히 일부 안과에서 보험료 과잉 청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이는 만큼 보험업계에서 이를 막기위한 자구책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4개 주요 손보사 기준 올해 1분기 상위 10개 안과가 받은 보험금은 평균 49억원으로, 나머지 900여개 안과가 받은 평균 보험금(1억7000만원)의 29배에 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준이 강화되면서 선량한 사람들이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 있어 우려된다는 것이 금감원의 입장이다. 실제로 백내장 뿐 아니라 이외의 질환에서도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을 대폭 강화하다 보니 5대 손보사에게 접수된 실손보험 민원 포함 장기보장성보험 민원(보험사 자체 민원, 금감원 민원 포함)은 총 4567건으로 전년동기대비 35.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백내장 수술 보험금과 관련해 의무화하고 있는 세극등현미경 검사지 제출 과정에서 혼선이 없도록 세부적인 안내를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보험업계도 보험금 지급 관련 다툼을 예방하기 위해 보험사별로 백내장 수술 전후 소비자 유의사항을 전문적으로 상담해주는 콜센터를 올해 말까지 잠정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콜센터에서는 소비자가 가입한 실손보험 상품의 백내장 수술 보장 여부와 기타 실손보험 청구, 지급심사 절차 등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마저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백내장 이슈 이전부터 특정 질환에 대한 과도한 보험료 청구로 꾸준히 몸살을 앓아왔다”며 “결국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이 극소수의 악용하는 이들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나 보험업계의 대응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과잉의료를 자제하려는 의료계의 자정 노력과 보험소비자들의 인식도 변화되야 문제를 근절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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