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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톡톡] 이름보다 별명이 나은 대상들이 있다. 은지원보단 ‘은초딩’이 낫고 유재석보단 ‘메뚜기’가 귀에 잘 들어온다. 우주에도 그런 게 있다.
사진은 까마귀 자리에 있는 두 개의 은하다. 정식 학명은 각각 NGC4038, 4039. 일명 ‘안테나 은하’다. 촉수처럼 길게 뻗은 성운때문에 붙여졌다. 하지만 아마추어 천문가들 사이에선 ‘하트 은하’로 더 유명하다.
근접한 두 개의 은하가 충돌하면서 생긴 모양이 영락없는 사랑의 아이콘이다. 지구로부터 70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이 하트는 8억년 간 두 은하가 끌어당기면서 만들어졌다. 영겁의 시간이 세공해낸 순백의 아가페.
과학자들에 따르면 수십억년 후에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도 이렇게 충돌한단다. 먼 훗날, 하트 은하의 지적 생명체는 우리 은하를 보고 사랑을 떠올릴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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