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톡톡] “한·일 네티즌이 싸우는 줄 만 알았는데 우정도 나눈다는 사실을 이번에 새삼 깨달았습니다.”

20일부터 단계적으로 폐쇄가 결정됐던 네이버의 일본 관련 서비스 ‘인조이 재팬’ 이 다시 재개 된 데는 국경을 넘는 한·일 네티즌의 우정의 힘이 컸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 관계자는 “개설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서비스가 변질되는 등의 이유로 종료하려 했던 인조이 재팬이 ‘번역 기능은 필요하다’는 네티즌 요구를 반영해 번역 게시판과 번역 쪽지 보내기 등 일부 교류 기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서비스 할 땐 무차별적인 한·일 감정 싸움 탓에 ‘문 닫아라’ ‘폐쇄해라’ 등 비난도 많이 받았는데 막상 서비스 중지를 알리는 공지를 띄우니 좋았던 점을 칭찬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며 “특히 한 일본 네티즌의 안타까운 사연에 달린 훈훈한 내용의 댓글을 보면 국경을 넘나드는 인간애를 볼 수 있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당초 완전 폐쇄를 전격 수정하기로 결정한 것은 순전히 양국 네티즌의 입김 덕분이었다. 그중에서도 ‘tomochan’이란 아이디의 일본 네티즌이 자신의 사연을 담아 올린 글(사진)의 영향이 상당했다는 것이 NHN 관계자의 설명이다.

‘tomochan’은 서비스 폐쇄가 결정되자 ‘서비스 종료 곤란합니다’ 란 제목의 글을 통해 한국 친구와 연락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인조이 재팬을 유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일본어로 쪽지를 보내면 한국어로 자동
번역돼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번역 쪽지 기능을 이용해 한국 친구와 친해졌다. 이후 남자는 군대를 갔고 둘은 나중에 인조이 재팬을 통해 소식을 전하자고 약속했다.
‘tomochan’은 “군대에 간 친구가 다음 휴가 때 당황하겠지요?”라며 “우리의 관계도 이대로 돌연 끊어져 버리는 것입니까. 슬픕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글을 접한 한·일 네티즌들은 리플을 통해 한국 남자 친구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며 끈끈한 우정을 나눴다.

‘tomochan’은 11일 같은 게시판에 글을 추가로 올리며 “따뜻한 리플에 감사하다. 한국에서 뉴스로 보도됐다고 하니 놀랍고 부끄럽다”며 “그에게 이메일을 통해 사정을 얘기해 보겠다. 지금보다 조금 귀찮은 수단이 돼도 계속 연락을 해 줄지 그것은 그가 결정하는 것이므로 불안합니다만,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적었다.

2006년
6월 문을 연 ‘인조이 재팬’은 일본 관련 서비스 한일 생활·문화 교류 창구 역할을 해오던 서비스로 양국에 관심이 높은 네티즌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서비스다. 특히 모든 게시물을 한국어와 일본어로 간단하게 번역할 수 있는 구조 덕분에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우여곡절도 많았다. 한·일 네티즌의 교류를 내세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독도나 과거사 문제 등 양국간 민감한 이슈들이 불거질 때마다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졌다.

NHN은 지난 6일 “서비스가 등장할 때와 비교해 지금은 해외 정보를 다루는 통로가 많아졌고 또 당초 기획 의도와 다르게 서비스가 되기 때문에 굳이 서비스를 유지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된다”며 인조이 재팬 폐쇄를 결정한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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