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톡톡] “오늘 하루종일 바나나만 먹었습니다. 설탕 찍어먹으면 대박이예요.”
“감자로 버티고 있습니다. 외식은 꿈도 못 꾸죠. 감자 삶아 먹고 엄마가 부쳐준 김치에 밥 싸먹습니다.”
유학생들이 환율 폭등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교통비와 의류비, 식비를 졸라매는 것은 기본이고 휴학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유학생들도 있다.
유학생들이 주로 모이는 고해커스 ‘유학 생생일기’ 코너에는 4일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한 유학생들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들이 속속 올라왔다.
인터넷 아이디 ‘한국나가자’는 유학생은 “오늘 하루종일 바나나만 먹었다”며 “바나나가 가장 싸고 좋고 설탕 찍어 먹으면 맛있다”고 적었다. ‘흉아’라는 네티즌은 ‘다들 이 꽉 깨물자’는 제목의 글에서 “환율 폭등을 지켜보자니 졸업할 때쯤 돌아갈 나라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제 주말 파티나 외식은 없다. 2명이 쓰는 침대에서 4명이 살아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절박함을 전했다.
고환율에 대비하기 위한 묘책들도 이어졌다.
‘okay’라는 닉네임의 유학생은 바나나만 먹고 있다는 유학생의 글을 본 뒤 “이곳의 빅맥세트는 6유로인데 환율 계산하면 몸에도 안좋은 햄버거를 거의 1만2000원 주고 먹는 셈”이라며 “쫄쫄 굶는 건 한계가 있으니 노하우가 있으면 다들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다른 유학생들은 △외식 안하고 도시락 싸서 다니기 △커피 보온병으로 가지고 다니기 △학교까지 걸어다니기 △온풍기 절약 위해 최대한 학교에서 공부하고 집에서는 잠만 자기 △하루에 한끼 먹기 등등의 비법을 올려놓았다.
휴학 고민을 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한 유학생은 “환율이 1000원일때 생각하면 무려 600원이나 올랐는데 당장 4월쯤에 내야할 학비가 걱정”이라며 “주변에 휴학한다는 친구들이 엄청 많다. 나도 휴학을 생각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인데 일부 한국인들의 분별 없는 소비문화를 지적하는 글도 올랐다.
한 유학생은 “우리 원화 가치가 세계시장에서 가장 많이 떨어지고 우리나라가 OECD 중 성장률 꼴찌를 기록하는데 한국은 무역수지 33억달러 흑자라며 자축하는 분위기”라며 “흑자라고 외식하고 흥청망청 돈을 쓰면 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유학생은 “일부에서는 한국을 찾아오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다고 호황인 줄 착각하는 것 같다”고 일침을 놓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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