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불똥 튄 한국―문무대왕함 첫 호송

해적 불똥 튄 한국―문무대왕함 첫 호송

기사승인 2009-04-16 22:56:01
[쿠키 경제] 한국시간 16일 오전 8시. 우리나라에서 바닷길로 1만㎞ 이상 떨어진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나타난 화학물질 운반선(케미컬선) 파인갤럭시호가 서서히 속력을 줄였다. 이어 청해부대 소속 4500t급 구축함인 문무대왕함이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미국과 프랑스 등의 강경 대응에 대해 보복을 선언한 해적의 습격을 막기 위해서였다. 문무대왕함은 곧 속력을 줄이고 파인갤럭시호를 호위한 채 악명 높은 아덴만에 진입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대잠헬기(링스) 1대와 고속정 등으로 무장한 문무대왕함이 소말리아 파견 후 처음으로 선박 호송에 나섰다고 밝혔다. 바하마 국적선인 파인갤럭시호에는 우리 선원 11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아덴만을 통과, 홍해 입구 지부티 해역까지 640해리(약 1185㎞)를 52시간 가량 항해하게 된다.

인천항에서 남해안을 돌아 동해로 빠져나가는 것과 비슷한 기나긴 거리지만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 소말리아 해적들이 미국 선박을 포함한 '마구잡이 납치'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해적들은 지난 12일 미국이 피랍됐던 머스크 앨라배마호의 리처드 필립스 선장에 대한 무력 구출 작전을 시행한 뒤 1주일새 벌써 두 척의 선박을 납치하고 여러 척의 배를 공격했다고 국토해양부가 밝혔다. 특히 소말리아 해적들은 필립스 선장 귀환 직후 선원들이 맥주 파티를 벌이던 시간에 그리스 선사의 아이린(Irene) E.M호를 납치할 정도로 즉각적인 보복 태세를 갖췄다.

미군의 구출 작전 이후 해적들은 야간은 물론 연안에서 450해리 떨어진 지역까지 나와 습격을 감행하고 있다. 또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등 속력이 빠르고 규모가 큰 선박에 대한 무장 공격도 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아프리카 동쪽 해안을 지나는 선사들에 연안에서 600해리 밖으로 떨어져 운항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이 경우 평소보다 하루 더 걸려 선사들의 손해가 불가피하지만 해적 피해를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또 청해부대가 벌크선과 케미컬선 등 속력이 느려 해적에 취약한 선박 호송에 중점을 두는 만큼 속력이 빠른 컨테이너선의 경우 연합함대의 그룹 호송에 참여하기를 권하고 있다.

아덴만을 통과하는 한국적 선박은 연간 500여척이다. 청해부대는 그 가운데 해적 공격에 취약한 150∼160척을 선별, 호송할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안의근 기자
eyes@kmib.co.kr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강준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