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일본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45·사진)와 츠지 히토나리(50)가 한국을 찾았다. 13일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 일본 주빈국 행사에 맞춰 방한한 이들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두 번째 공동집필 소설 ‘좌안(左岸)-마리 이야기’ ‘우안(右岸)-큐 이야기’(소담출판사)와 자신들의 문학세계를 소개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에쿠니는 “항상 오고 싶었던 한국에 마침내 오게 돼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에 여러 번 왔다는 츠지는 “‘냉정과 열정 사이’ 이후 러브스토리가 아닌 더 장기적인 인생 이야기를 함께 만들 수 없을까 이야기했다”면서 “그 결과물인 이번 소설에서는 한 사람의 삶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만남과 헤어짐을 풀어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두 작가가 6년에 걸쳐 연재한 ‘좌안’ ‘우안’은 옆집에 살면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마리와 큐의 50년에 걸친 여정을 담았다. 에쿠니는 이번 작품에 대해 “늘 붙어 있지는 않지만 옆을 돌아보면 항상 상대방이 있는 것, 그런 면에서 한 시대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했고, 츠지는 “마리와 큐는 각각 강 왼쪽과 오른쪽에 있지만 강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걸어간다”고 설명했다.
각자의 작품활동을 통해 탄탄한 입지를 굳힌 두 작가가 함께 소설을 쓴다는 것이 수월한 작업은 아닐 것이다. 에쿠니는 “소설을 쓸 때는 파괴하고 무너뜨리는 작업이 중요한데 츠지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츠지도 “공동집필은 한쪽 손을 묶어놓고 야구를 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상대에게 영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가령 나는 직구로 던졌는데 상대가 변화구로 돌려줘서 단조로운 캐치볼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는 식”이라고 표현했다.
두 번이나 호흡을 맞춘 상대에 대해 에쿠니는 “그가 절대 그의 문학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기에 든든한 파트너”라고 추어올렸다. 츠지는 “둘 다 비주류 작가로 출발해 비슷한 길을 걸어온 신뢰할 수 있는 문학적 파트너”라고 화답했다.
이번 방한 중 에쿠니는 소설가 정이현과, 츠지는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함께 쓴 공지영과 대담이 예정돼 있으며 14일에는 문학 콘서트를 통해 독자들과 만난다. 이에 앞서 츠지는 지난 12일 연세대에서 윤동주 시에 대해 강연하기도 했다. 츠지는 “윤동주 시인은 다른 시인들과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시인”이라며 “그의 휴머니즘과 박애정신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사진=최종학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