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MB 다시 비판 “실낱같던 희망조차도 사라진 것 같다”

황석영 MB 다시 비판 “실낱같던 희망조차도 사라진 것 같다”

기사승인 2009-06-08 13:20:01
[쿠키 문화]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 ‘이 대통령은 중도실용이며 큰 틀에서 협력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변절’ 논란을 불러왔던 작가 황석영이 현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황 작가는 한겨레 8일자 ‘왜냐면’에 기고한 장문의 글에서 “사회 전반에 걸친 우편향이 가속화하면서 민주주의의 위기가 심화되었다”며 “현 정권의 공약이었던 중도실용은 슬로건에 그쳐버리고 민주주의와 남북의 평화 협력은 실낱같던 희망조차도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징적인 죽음으로 민주 대 반민주의 전선이 형성되고 있으며, 남북은 전쟁 직전 상태로 진입했다”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자기반성과 변화가 없이는 현 정권의 모든 정치적 가능성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 정부의 피에스아이 전면 참여는 그동안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며 스스로 북과의 대화를 봉쇄한 결과가 되었다”면서 “이제 미국의 협상 결과만 추종하고 기다리는 것으로 그친다면 남쪽은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견인해낼 수도 없거니와 당사자로서의 주도권도 행사할 수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핵화는 국제적인 공조 속에서 추진하더라도 핵문제와는 분리하여 민간의 교류협력 사업을 재개하고 6·15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남북 협상과 정상회담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1993년 김영삼 정부 시절과 1998년 김대중 정부 시절에 남북 정부 사이에 메시지를 받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황 작가는 자신에 대해 쏟아진 변절 논란에 대해서도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욕먹을 각오를 했다지만 그 반응은 지나치게 거칠었다”며 “특히 ‘변절’ 논란은 극단으로 양분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확인시켜 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비난을 무릅쓰고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하기까지는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점점 악화되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었다”면서 “차츰 남북의 갈등이 결정적으로 표면화되던 금강산 사고 이후부터 뭔가 관계 개선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렸던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나야 온갖 야유와 비난 속에서 서재에 틀어박히면 그만이지만,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상실하게 될 귀중한 몇 년”이라면서 “나는 평생에 작가로서의 내 삶이 그 어떤 정치권력보다 하찮은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으며, 특정한 파당이나 ”패거리를 뛰어넘은 문학의 독립성을 스스로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라는 말로 기고문을 끝맺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
라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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