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이 미국인 여기자 2명에 대한 재판을 끝내면서 여기자 석방 문제가 북·미간 대결 구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되고 있다. 현재 북·미관계가 끝이 보이지 않는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자 문제는 양국간 유일한 접촉 의제가 되고 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8일 "북한과 미국이 결국 여기자 석방 문제를 고리로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며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방북해 9·19공동성명을 되살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북·미가 극한적인 대결 상태에 있어 고어 전 부통령이 당장 방북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고어 전 부통령이 석방이 전제되지 않는 조건에서 방북할 가능성도 낮고, 북한도 포괄적인 북·미 대화가 보장될 때까지 여기자 석방을 늦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 가을 정도면 북한과 미국이 타협 무드로 전환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백악관의 비확산 담당인 게리 세이모어 대량살상무기(WMD) 정책조정관은 5월 초 "북한이 9개월 이내 협상장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체제 차원에서 독려하고 있는 '150일 전투'가 끝나면 외교적 수단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내부 후계 체제에 대한 정비를 끝낸 뒤 북·미 대화가 전면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150일 전투는 10월 초쯤 마무리된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정전체제 등 대미 협상 의제를 모두 던진 뒤 북·미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대북 소식통은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이 전환될 때까지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결국 북한을 관리하는 수밖에 없어 대화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는 실제로 1994년 1차 핵위기 때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위기 국면에서 탈출한 적이 있다. 2000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재로 미사일 모라토리엄과 조(북)·미 코뮈니케를 이끌어낸 바 있다.
다음달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성사 가능성이 있는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박의춘 북한 외상간 회동도 북·미 관계의 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다만 북·미가 협상을 위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대결이 장기화되고 심화될 경우 한반도의 국지전 또는 교전 상태와 같은 파국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북한이 거듭된 핵실험으로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면 한반도 내 교전이 발생하더라도 미국이 개입하기 쉽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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