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해진 인생을 말려주는 영화 ‘레인’

눅눅해진 인생을 말려주는 영화 ‘레인’

기사승인 2009-07-10 17:08:01

[쿠키 문화]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로 온몸이 흠뻑 젖을 때 인상을 쓰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가까운 건물에 들어가 잠시 비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아니면 비를 맞고 과감히 걸어가거나. 비를 기다림과 휴식의 시간으로 받아들이느냐, 불청객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비 맞는 이의 하루가 달라진다. 인생도 비슷하다. 예상하지 않았던, 계획에 없었던 일들이 불쑥불쑥 쏟아지니까.

프랑스 영화 ‘레인’(사진)은 인생에 내리는 폭우에 대처해 가는 주인공들을 조명한다. 찢어진 우산을 주워서라도 빗속으로 돌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건으로 몸에 붙은 물기를 제거한 뒤 코코아를 마시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레인’은 이처럼 인생에 대한 대처 방식이 상반된 주인공들이 만나 관계를 맺고, 삶의 방식을 주고받는 과정을 그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삶의 폭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비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삶으라고까지 의미를 확대하지는 않는다. 인생의 폭우는 처마 밑에 쪼그려 앉아 진흙 바닥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지나다니는 개미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쳐다보는 등의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계기라는 선에서 이야기 한다. 영화 포스터의 카피처럼 ‘일도, 사랑도, 인생도 언제나 화창할 수 없는 일’이므로.

극 중 페미니스트 작가로 인기와 명성을 동시에 얻은 아가테(아네스 자우이 분)는 정계 진출 준비로 바쁘다. 어느 날 성공한 여성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을 준비 중인 미셸(장 페이르 바크리)과 카림(자멜 드부즈)이 그녀를 찾아오고, 어설픈 두 남자의 지휘 아래 좌충우돌 인터뷰가 시작된다. 산꼭대기에 올라가면서 카메라 건전지를 챙기지 않은 두 남자의 바보 같은 행동 때문에 촬영이 늦어진다. 영화를 통해 자기를 홍보하려던 아가테의 계획은 차질을 빚고 정계 진출도 꼬여만 간다. 일이 안 되는 건 두 남자도 마찬가지. 이혼남 미셸은 오랜만에 만난 아들에게 외면당한다.

‘레인’은 ‘타인의 취향’(2001)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자우이가 세 번째 연출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주연배우이기도 한 자우이는 전작처럼 사랑스럽고, 지적이면서도 수다스러운 장면을 펼친다. 작품의 원제는 ‘Parlez-Moi De La Pluie’(나에게 비에 대해 이야기해 줘). 상쾌한 유머로 눅눅해진 인생을 뽀송뽀송하게 말려주는 영화다. 15세가.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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