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립현상 심화…협상장 돌아올 가능성은?

北 고립현상 심화…협상장 돌아올 가능성은?

기사승인 2009-07-17 17:45:00
[쿠키 정치]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고립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장기화될 조짐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조만간 고립 상태를 벗기 위해 협상장에 되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위원회에서 16일(현지시간) 5명의 개인까지 포함한 제재 리스트를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1875호의 후속조치인 만큼 사실상 국제법에 준하는 효력을 지닌다. 유엔의 전 회원국이 대북 제재를 의무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하는 것이다.

현 상황은 1994년 1차 핵 위기 때나 2006년 1차 핵실험 때보다도 북한에 훨씬 불리하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미국이 ‘외과수술적 공습(surgical strike)’이라는 군사적 옵션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1994년 상황은 미국이 모든 상황을 주도하는데 그쳤다. 2006년에는 곧바로 북·미간 협상 국면으로 이어져 실질적인 제재 국면까지는 가 보지도 못했다.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17일 “2006년 채택된 안보리 결의 1718호는 집행이 유명무실했지만 이번에는 곧바로 제재 리스트가 확정됐다”면서 “이것은 북한 인사의 해외여행을 묶는 조치라기보다는 사실상 ‘북한과 엮이지 말라’는 국제적 경고인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말 북한의 3개 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에 이어 이번 조치가 나왔고, 제재위의 후속 조치가 추가될 수 있다는 점도 북한에게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의춘 북한 외상이 다음주 태국 푸켓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지 않기로 한 것도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잘 보여준다. 정부 관계자는 “박 외상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북·미 양자회동을 갖더라도 당분간 현 상황은 풀릴 국면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미국과의 협상을 개시하는 데 활용하려 했던 미국인 여기자 억류 건도 현재로서는 약발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 소식통은 “지난달 두 여기자에 대해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언도한 것은 이 문제를 장기화시키겠다는 전략을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고립이 장기화될 경우 북한은 ‘모 아니면 도’ 식으로 3차 핵실험이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추가 위기조치를 취할지, 아니면 퇴로확보를 위한 명분을 찾을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당연히 북한이 후자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듯한 분위기다. 게리 새모어 백악관 핵 비확산 담당 보좌관은 지난 9일 영국 런던의 국제전략연구소(IISS)에서 한 연설을 통해 “북한이 아마도 협상장으로 돌아오는 방안을 찾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보도했다.

새모어 보좌관은 그 근거로 북한이 안보리 결의 1874호에 대응해 매우 온건한 성명을 내놓은 점을 들었다. 그는 지난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서도 “사실 그리 우려스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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