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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동해상에서 조업하던 우리 측 선박 800연안호가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측에 예인됨에 따라 이번 사건이 경색된 남북관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되고 있다. 이날 오후 서해 NLL을 넘은 북측 어선을 우리측이 되돌려 보내 연안호의 송환이 빨라질 수 있다. 그러나 북측이 연안호의 송환을 늦출 경우 '제2의 유씨 사태'로 변질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장비 불량으로 항로 이탈
30일 오전 5시5분쯤 군 당국은 강원도 제진항 동북방 37㎞ 동해 NLL 북방 13㎞ 지점에서 미식별 어선을 발견했다. 전날 오후 1시30분 오징어잡이를 위해 거진항을 떠난 29t급 연안호였다. 군 당국이 어선통신망을 통해 호출했으나 응답이 없었다.
오전 6시12분쯤 연안호는 속초 어업정보통신국에 “인공위성항법장치(GPS) 고장으로 위치가 확인되지 않는다. 미확인 선박이 접근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17분쯤 “미확인 어선은 북한 경비정, 본선을 정지하라고 한다”고 다급하게 교신을 보낸 연안호는 26분쯤 “북한 경비정이 배를 붙이고 밧줄을 던지라고 한다”고 한 뒤 어업정보통신국 무선망에서 사라졌다.
당시 어선과 55㎞ 떨어진 곳에서 초계 활동 중이던 우리 측 경비함은 어선통신망을 통해 교신 내용을 파악했고, 7분 후 북한 경비정이 연안호를 예인하고 있는 것을 포착했다. 3분 후 해군 고속정 편대가 긴급 출동했다. 6시44분 우리 함정은 상선공통망을 통해 북측에 “우리 어선이 항로를 이탈해 귀측에 넘어갔다. 즉각 남하 조치를 해주기 바란다”고 전했으나 북측은 응답하지 않았다. 7시16분 우리 측은 다시 한 번 “우리는 인도적 차원에서 귀어선을 돌려보냈다. 귀측도 아측 어선을 돌려보내길 바란다”고 재촉했으나 역시 대답이 없었다. 북한 경비정은 연안호를 예인해 9시30분쯤 장전항에 도착했다.
연안호는 항로와 위치를 알려주는 GPS인 해양 프로타가 고장난 상태에서 출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안호는 우리 군의 레이더 탐지 거리를 벗어난 먼바다에서 조업 중이었으며 소형 선박인데다 선체가 강화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군 레이더에 잡히지 않았다.
조기 귀환 VS 제2의 유씨 사태?
북한 당국은 연안호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조사 내용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북한은 근래 NLL을 넘은 우리 측 선박에 대해 대부분 통상적인 조사 절차만 마친 뒤 송환했다. 2006년 12월 동해상 NLL을 넘은 우진호는 18일 만에 남측으로 송환됐고, 2005년 4월 선장이 만취한 상태에서 월북한 황만호는 닷새 만에 돌아왔다. 우리 측 역시 이날 오후 서해 NLL을 넘어온 북한 어선을 되돌려 보낸 것처럼 남쪽으로 내려온 북측 선박을 대부분 당일 또는 이튿날 송환했다. 또 소말리아 해역에 파송된 청해부대는 해적의 공격을 받을 뻔 했던 북한 선박을 구해주기도 했다.
다만 최근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가 넉 달 넘게 북한에 억류돼 있는 등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북한이 과거와 달리 조사를 질질 끌면서 송환 시점을 늦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안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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