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 사건은 129일째를 맞았지만 해결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지난달 30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가 여태껏 북한이 억류중인 800연안호 선원 4명도 정부의 답답증을 키우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북·미관계가 해빙의 계기를 마련한 것도 정부로서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소식이다. 남북관계가 좋지 않았던 김영삼 정부 시절,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북·미관계가 호전된 반면 남북관계는 악화되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쓰디쓴 경험을 맛봤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대북정책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대북압박 일변도 정책이 이렇다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조차 특사 파견 등 대북 채널 확보를 촉구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금 우리는 남북간에 대화 채널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박순자 최고위원은 “우리 손으로 (유씨와 연안호 선원들을) 구해낼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특사도 될 수 있고 더한 것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사 파견은 성사되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북한이 현재처럼 남북간 채널이 단절된 상황에서 정부의 대북 특사를 받아줄 가능성이 적다. 특사는 기존의 물밑채널이 활발하게 가동된 데 따른 결과물이기도 하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같은 무게를 지닌 적임자도 보이지 않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정도가 북측이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인사이지만 이미 와병중이거나 서거해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유씨 문제나 연안호 문제를 풀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면서 “북·미관계의 해빙 분위기를 타면서 남북관계의 긍정적인 흐름을 조성해 북한이 인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예감했는지 다소 완화된 대북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끊겼던 평양길도 일부 허용해 대북 지원단체인 월드비전은 1일부터 방북중이다. 대북 민간단체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도 재개됐다.
이에 따라 경협 기업이나 교계 인사 등 민간 영역의 역할론도 거론된다. 정부가 4일 금강산에서 북측 이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난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을 통해 유씨 문제의 해결을 위한 메시지를 북측에 보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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