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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10일 경기도 파주 도라산출입사무소에서 "(억류된) 유씨를 데려올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한 질문에 "가봐야 알겠습니다"라고 답한 것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다. 유씨 석방과 관련, 북측과 사전 교감이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클린턴 같은 현정은'을 기대하는 이유다.
특히 현 회장이 방북 기간 중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 같은 추론을 뒷받침한다. 현 회장과 김 위원장은 서로 잘 알고 있으며 비교적 좋은 감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빌 클린턴-김정일 면담 당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유씨 석방을 요청한 점도 유씨 문제 해결 전망을 밝게 한다.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여기자 2명도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난 직후 결정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이 현 회장과의 면담 이후 유씨 석방이라는 '통 큰' 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 대북 소식통들은 "현 회장 방북 기간 중 유씨가 풀려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8·15 광복절 이전에 유씨 석방이 결정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여기에 지난 4일 금강산에서 열린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6주기 추모식에서 현 회장의 방북 의사를 타진했을 당시 북측 반응이 고무적이다. 당시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평양에 돌아가서 (방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도 도라산출입사무소로 나와 현 회장을 직접 영접했다.
현 회장이 방북 의사를 밝힌 지 엿새 만에 전격적으로 일정이 확정된 것도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북한도 영원히 대남 경협 사업을 단절할 수 없는 이상 유씨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유씨 석방 문제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현대그룹은 말을 아끼면서도 조심스러운 기대를 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인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일이 잘되면 유씨가 현 회장과 같이 돌아오거나 적어도 귀환 약속은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개성을 방문하고 돌아온 조건식 사장도 "유씨 문제 등 당면 현안은 처리 중에 있고 현재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결과를 지켜봐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 회장은 지난달 30일 북한에 나포된 '800연안호' 문제와 개성공단 등 남북관계에 대한 북한의 포괄적인 의사를 전달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민간 특사 자격의 현 회장의 평양 방문은 통산 일곱번째이며 지난해 2월 뉴욕필하모닉 공연 참석 후 1년6개월 만이다. 현 회장의 귀국 보따리에 전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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