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회장 방북] 현정은 버티기, 김정일 떠보기

[현 회장 방북] 현정은 버티기, 김정일 떠보기

기사승인 2009-08-16 22: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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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이에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그룹은 16일 "현 회장 일행이 방북 일정을 하루 더 연장키로 했다"고 밝혔다. 벌써 5번째 체류 연장이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의 2박3일 방북 일정은 7박8일로 바뀌었고,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 회장이 '버티기'로 김 위원장을 압박하고 있고, 김 위원장은 '외면작전'을 펴고 있는 형국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에서 오매불망(寤寐不忘)하는 현 회장을 외면한 채 지방 시찰을 돌았다. 현-김 면담 자체의 무산 가능성은 물론, 면담을 하더라도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무용론도 제기된다. 현-김 면담을 확신했던 현대그룹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현 회장은 유성진씨 석방이라는 성과를 일단 이뤄냈지만 정작 중요한 경협 문제는 꺼내보지도 못했다. 앞서 14일 개성공단으로 출경했던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도 귀환을 미뤘다. 서울과 개성, 중국 베이징 등 현대그룹의 손이 닿는 모든 라인을 동원해 평양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북측은 '만나봤자 대가가 없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차일피일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김양건 통일전선 부장과 현 회장과의 만찬 회동에서 현 회장의 방북 보따리가 기대에 못미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현 회장을 만나주지 않는 것은 "더 많은 것을 내놓으라"는 심리전으로 읽힌다. 즉 무엇을, 얼마나 줄 수 있는지 떠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대북라인 관계자는 "북측도 현 회장이 별다른 걸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모양새만 있을 뿐 실속은 없는 면담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더욱이 우리 정부가 "현 회장은 정부 메신저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점도 북측이 만남을 회피하고 있는 이유로 판단된다. 김 위원장으로선 섣불리 현 회장을 만났다가 아무 것도 챙기지 못하고 모양새만 구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측은 현 회장이 사전에 현안에 대한 준비를 해갔다고 밝히고 있지만 북측이 생각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현대그룹에 대한 의리 차원에서 면담이 추진되는 것이라면 성과 역시 미지수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7일부터는 한·미 합동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시작돼 현 회장의 체류 연장도 한계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이에 대해 '침략 전쟁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어 자칫 정치적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이 준 민간특사 자격으로 간주되면서 유씨의 석방 등 일부 방북 성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기대를 받고 있다"면서 "현 회장은 민간 사업자 신분으로 방북했으며, 대북 사업 주관사 대표로서 북측의 의전을 받고 있음을 유념해달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안의근 기자
eyes@kmib.co.kr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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