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그림자 수행 최규훈 계약지원실장… 북측이 선호하는 몇 안되는 인물

현정은 회장 그림자 수행 최규훈 계약지원실장… 북측이 선호하는 몇 안되는 인물

기사승인 2009-08-18 18:16:00
[쿠키 경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일행은 단출했다. 현 회장 모녀와 최규훈 현대아산 계약지원실장뿐이다. 특히 최 실장이 눈에 띄었다. 청일점인 데다 막중한 방북 임무를 감안할 때 다소 의외였다. 유일한 실무 수행원인 최 실장은 부장급으로 통상 임원이 담당하던 방북 수행의 중책을 맡았다. 그는 7박8일간 평양 체류기간 내내 현 회장을 그림자 보좌했다. 이례적인 발탁 배경과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U&I 전무가 정책참모 역할을 했다면 최 실장은 지근거리에서 실무 차원의 지원사격을 담당했다. 1998년 현대전자에서 현대아산으로 옮긴 최 실장은 손꼽히는 대북 실무 전문가다. 약 300차례 방북했고, 대북 관광 사업과 관련된 거의 모든 계약에 실무자로 참여했다. 북측 인맥이 넓고 사업 내용에 해박해 북측도 선호하는 계약 파트너로 알려져 있다.

이번 일정은 역대 현대그룹 방북 가운데 가장 급박하고 까다로웠다. 특히 북측이 현 회장 모녀를 포함해 최소한의 인원에 대해서만 방북을 요청해왔고 현대 측이 고심끝에 꺼낸 카드가 최 실장이었다. 이는 현대그룹 관계자들도 놀랐을 만큼 ‘깜짝 발탁’에 가까웠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지에서 협의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어 우리 사업 자체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2005년 김윤규 전 사장 해고에 북측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해 어려움을 겪었다. 후임인 윤만준 전 사장은 취임 뒤 5개월간이나 방북이 거부됐다. 지난해 취임한 조건식 사장 역시 취임 당시부터 북측이 통일부 차관 출신임을 들어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선 이번 방북에 조 사장이나 장환빈 경영지원본부장 등 임원급 대신 최 부장이 선택된 것도 이 같은 흐름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또 일행이 3명에 불과해 임원이 갈 경우 현 회장 모녀를 편하게 수행하기 어려운 점도 고려됐다. 최 실장은 현대아산이 내밀 수 있는 최선의 카드였던 셈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현대는 대북 사업을 접느냐 마느냐의 절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임원급 대신 실무 전문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 부장은 경북 경주고, 서울대 법대(85학번)를 거쳐 ‘현대맨’이 됐다. 조직 내부에서도 인품과 실무 능력을 갖춘 중간관리자로 인정받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아산에서 북한에 제일 많이 다녀온 실무자”라며 “현 회장 모녀가 주요 현안을 들고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제반 자료를 준비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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