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담은 사실상 현 정부 들어 처음 갖는 정식 회담으로 볼 수 있다. 적십자가 엄밀히 말해 정부 당국은 아니지만 정부의 위임을 받아 이산가족 관련 업무를 하는데다 김의도 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이 회담 대표로 참석하기 때문에 이번 회담은 준(準) 당국 회담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이 비록 올 6∼7월 당국자 참여 하에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세 차례 가졌지만, 북측은 당시 이를 실무접촉으로 규정했을 뿐 정식 회담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1차적인 의제다. 남측은 현 정부가 중시하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올 추석이 10월3일인 만큼 촉박하더라도 10월 초에는 상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실무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적십자 회담 장소는 일단 금강산호텔로 정해졌지만 회담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지난해 7월 완공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처음 실시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25일 “적십자 회담은 남북 관계의 모멘텀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적십자 회담 정례화 여부와 연안호 선원 석방 문제까지 폭넓게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합의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함께 발표한 만큼 이산가족 상봉이나 연안호 선원 석방의 대가로 인도적 지원 대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북측이 이미 현 회장과의 합의문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발표한 만큼 지나치게 높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판문점의 남북간 직통전화인 적십자 채널이 사실상 복원된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이 통지문에서 ‘판문점 적십자 연락대표들이 정상적인 사업에 착수했다’고 통지해왔다”면서 “남북 적십자간에 직통전화 연락 채널이 정상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우리 정부의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 참여를 문제삼으며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중단했다.
북측의 대남 비난 역시 특사 조문단의 이명박 대통령 예방 이후 수위가 훨씬 낮아진 느낌이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대남 비난 방송물에서 이 대통령에 대해 줄곧 사용해온 ‘역도’ ‘역적패당’ 등의 험구를 전부 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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