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은 7일 임진강 수해로 인한 실종 사태에 대해 해명하는 통지문을 보내왔지만, 남측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통지문은 딱 2문장에 불과했다. 특히 사태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사실상 알맹이 없는 내용이 전부였다.
북측은 긴급히 방류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방류 이유에 대해서는 "강 상류에 있는 언제(댐)의 수위가 높아졌다"는 설명만 내놨다.
특히 수위 상승이라는 이유는 기상 조건 등을 감안할 때 객관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황강댐이 있는 강원도 평강 지역의 경우 9월 들어 비가 내린 날은 5일 하루뿐이며, 이날 강수량도 0.2㎜에 불과했다. 지난달 30일에도 비가 내렸지만 강수량이 7㎜에 그쳤다.
한 대북 전문가는 "외부에 공개하기 껄끄러운 북측의 속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유·무선상의 특이 동향도 없는 만큼 의도적인 방류보다는 하위 실무자들의 조작 실수에 의한 방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기술적 결함이 댐에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선군정치를 강조하는 북측 입장에서 군인들이 건설한 댐의 허점을 속시원하게 얘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이 자신의 과실로 남측 민간인 6명이 실종된 초유의 사태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함에 따라 대북 정서는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언제까지 북측의 불합리한 태도에 끌려다녀야 할 것인가 하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북한 측의 통지에 대해 즉각 유감을 표시한 것도 국민들의 대북 정서를 감안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정부가 대북 전화통지문을 다시 보내 북측의 추가 해명을 요구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추가로 전통문을 보낼지, 또 임진강 수해 방지 제도화 여부를 논의할 회담을 제의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측이 신속하게 답신을 보내고 향후 방류 계획이 있을 경우 남측에 사전 통보하겠다고 약속한 부분은 일종의 '성의 표시'로 받아들여진다. 북측은 2005년 9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장이 북한의 무단 방류로 임진강 어민이 피해를 본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을 때는 이틀 만에 회신을 보내왔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 남북 관계의 해빙 분위기를 지속시키려는 의지가 담긴 부분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이번 임진강 수해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게 돌아가자 북측이 서둘러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달 '평화 공세'의 성과가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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