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 “민노총·금속노조, 무엇을 해줬습니까”

쌍용차 노조 “민노총·금속노조, 무엇을 해줬습니까”

기사승인 2009-09-08 16:42:00
[쿠키 경제] ‘과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줬습니까.’

8일 오전 쌍용차 평택공장 내부 곳곳에는 이 같은 피켓이 눈에 띄었다. 쌍용차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결정은 이 물음에 대한 조합원들의 답이었다. 오전 7시쯤 출근길에 만난 조합원 이모(34)씨는 “우리가 생존을 걸고 싸울 때 그들(민주노총)은 정권 타도 운동을 외쳤다. 서로 가는 길이 달랐다”고 말했다. 결국 쌍용차 노조는 상급노조의 우산을 벗고 완성차 업체 사상 첫 독립 노조(무가맹 노조)를 설립하는 실험을 택했다.

쌍용차 노조의 선택은 현장의 이익 대신 이데올로기 투쟁에 매진하는 상급 단체에 더 이상 끌려다닐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77일간의 옥쇄파업이 몰고온 ‘노노((勞勞)갈등’까지 더해졌다. 도산위기에 처한 회사를 인질로 삼은 강경 투쟁이 벌어지자 가려져있던 강경파-온건파간 반목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파업이 끝나면서 상급 단체인 금속 노조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원은 “파업이 끝나고 돌이켜보니 파업 기간 동안 금속 노조가 한 일이라곤 정부와 회사에 대한 투쟁 선동뿐이었다”면서 “민주노총 탈퇴를 위한 총회 소집 서명에 1958명이나 참여한 것이 이에 대한 불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 뿐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서울·대전·광주·부산 등에 위치한 A/S지회에서는 무려 92.9%의 압도적인 찬성표가 쏟아졌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평택공장 점거 농성은 민주노총과 쌍용차 노조의 ‘루즈(lose)-루즈(lose)’ 상황(모두 패자인 상황)이었다”면서 “(상급단체가) 일선 노조의 이익이나 욕구를 대변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고 진단했다.

쌍용차 노조가 변화를 선택하면서 쌍용차의 회생작업이 탄력을 받게됐다. 쌍용차 매수 의향자들 가운데 일부는 강성 노조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측이 추진하는 5년 무분규 선언까지 이뤄지게 되면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쌍용차는 오는 15일까지 법원에 회생 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사측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나 회사 매각 추진 과정에서 불거졌던 노사 선진화 문제가 한 고비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사도 노조원의 선택을 존중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 구성될 쌍용차 노조 새 집행부는 시험대에 오르게됐다. 독립 노조의 생명력이 길지 않은 데다 자칫하면 어용 노조로 전락해 일선 근로자들의 거센 반발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역사적으로 볼 때 독립노조는 어용 노조로 가거나 혹은 곧 소멸한 뒤 더욱 강경한 노조가 탄생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쌍용차 노조는 상식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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