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아키히토 일왕의 내년 방한에 기대감을 나타낸 것은 출범을 하루 앞둔 하토야마 내각에 새로운 한·일관계 시대를 열어 보자는 적극적인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한국 강제병합 100주년이 되는 내년 일왕이 한국을 방문해 과거사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반성을 내놓을 경우 과거사에 갇혀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한·일관계의 질긴 악연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내년이 강제병합 100년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연대기적 의미가 있는 해에 (묵은 악연을) 털고 미래를 향해 가면 좋지 않겠느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전후 독일과 유럽의 피해 국가들이 EU라는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낸 사례를 한·일 관계의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구상에는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에 대한 개인적인 신뢰도 배어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토야마 대표는 지난 6월 방한해 이 대통령을 만나 "민주당은 과거 역사를 직시할 용기가 있다는 점에서 자민당과 차이가 있다"며 과거사 청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아키히토 일왕의 방한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벽도 많다. 일왕의 방한 자체를 곱지 않게 보는 시각이 양국에 모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키히토 일왕이 한국을 방문해 1990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방일 때처럼 '통석(痛惜)의 염(念)'과 같은 모호한 표현의 사과를 내놓을 경우 한·일관계의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일왕의 방한이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분명한 청산 의지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토야마 내각이 일왕 방한에 대한 보수 세력의 반대를 설득해 일본 내 컨센서스를 모으는 것도 선결 과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왕이 방한해 어정쩡하게 사죄를 하거나 계란을 맞는 불상사라도 일어난다면 한·일관계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1992년 장쩌민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해 역사적인 중·일 화해 분위기를 조성했고, 2005년에는 사이판을 방문해 전쟁 중 조선인이 고통을 당한 것에 대해 애도를 표시한 적도 있다. 그는 평소 간무 일왕의 생모가 백제 왕족의 딸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한국에 대해 친근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왕 호칭과 관련, "천황은 고유명사로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천황이라고 썼다"면서 "정부의 공식 명칭은 천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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