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예정된 29일 서울 잠실구장 주변에선 오전 일찍부터 열기가 감지됐다. 매표소 앞엔 전날부터 기다렸다는 팬들이 진을 쳤고 지하철 첫 차를 타고 달려왔다는 열렬팬들도 꽤 됐다.

‘울릉도에서 배타고 포항으로, 포항에서 버스타고 서울 왔다’고 써놓은 사과박스를 들고 있는 팬도 눈에 띄었고, 한 롯데팬은 “부산 초량에서 왔고 어제(28일) 오후에 도착했다”고 했다. 뒤쪽에서 줄 서 있던 두산팬 김모(35)씨는 “아침 9시에 왔는데 아무래도 표 구하기가 만만찮을 것 같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롯데팬들로 구성된 인터넷 동호회원들 10여 명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전날 오후 매표소에 도착한 후 옆쪽에 준비한 텐트를 치고 회원들이 번갈아 잠을 자면서 줄을 지켰다고 했다.

표를 구입하려는 팬들 외에 예매한 표를 교환하려는 팬들도 많았다. 예매표를 교환한 팬들은 경기장 입구쪽에 줄을 섰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팬은 “인터넷 예매를 했지만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 오전 9시에 왔다”고 했다.

암표상들도 어김없이 등장, 이곳저곳에서 흥정이 이어졌다. 2호선 잠실운동장역 지하철 역 안에서는 현금을 손에 들고 “남는 표 삽니다”라고 외치는 이도 눈에 띄었다.

오후 3시 현장 판매와 동시에 경기장 문이 열렸다. 현장판매분 2500여장은 금세 동났고 경기장 문마다 인터넷 예매를 마친 팬들이 물밀듯 밀려들어왔다. 부산 사직구장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지정석 티켓은 자리가 정해져 있지만 지정석 외 자유석 티켓을 예매한 팬들이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100m 달리기하듯 달려들어온 것이다.

1루측 덕아웃에서 몰려 들어오는 관중들을 지켜보던 두산 김경문 감독은 문득 생각이 떠오른 듯 “관중들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고 했다. 예전에는 원정경기를 가면 새총에 맞고 심지어 오줌물을 뒤집어쓰기도 했단다. 라면 국물도 여러 번 뒤집어썼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타격연습 중인 두산 선수들을 바라보던 김 감독은 “얘들 컨디션이 괜찮네. 5점 정도 내면 이기지 않겠나”라고 했다.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롯데 로이스터 감독의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 기자들이 덕아웃을 가득 채웠지만 “선수들의 컨디션을 꼼꼼히 봐야 한다”며 한참 동안이나 덕아웃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경기 시작 전부터 신경전이 치열했다. 경기 전부터 이곳저곳에서 전쟁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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