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IT] 해외에서 가정폭력방지 캠페인을 목적으로 제작된 온라인 게임이 전세계 네티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가정폭력방지라는 취지가 살아있기는커녕 게임의 정체성마저 의심받고 있을 정도다.
지난 16일 등장한 이 게임은 덴마크의 한 시민단체가 기획·제작했다.
게임이 시작되면 20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얼굴에 미소를 띄며 다가온다. 사용자는 마우스를 이용해 화면에 나타난 손으로 이 여성의 얼굴을 무작정 때린다. 때릴수록 여성은 울부짖으며 반항하고 얼굴에는 상처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0%로 시작된 폭력지수는 구타가 계속될수록 올라가고 100%에 이르면 게임이 끝난다. 100%는 갱스터(Gangster·폭력배)라고 표현했다. 게임이 끝나면 여자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지고 화면에 ‘(당신은) 100% 멍청이(idiot)’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가해자의 입장을 실감나게 체험해 보도록 한 후 짧고도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극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이지만 네티즌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여성을 무작정 때려놓고 고작 “멍청이”라는 말 한마디만 던지는 게임이 과연 가정폭력방지 캠페인이라는 취지에 부합하냐는 것이다. 그저 폭력을 즐기는 게임으로만 변질돼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제목도 ‘여성을 때려라(hit the bitch)’로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bitch)이 동원됐다.
이 게임의 데모 영상은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도 올라와 현재 약 10만명의 네티즌들이 시청했다. 영상에는 비난과 더불어 음담패설 댓글이 이어지며 본래 취지와 어긋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이 게임의 공식 사이트는 방문자가 늘어나자 자국 네티즌에게만 접속을 허용해놓은 상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