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만들어진 ‘아이돌’에 신물 나. 1위 까짓것 우리가 만들어 보자고….”
이달 초 미국판 싸이월드 페이스북에서는 영국 네티즌을 중심으로 해체한 미국 하드코어 밴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RATM)’의 1992년 데뷔 앨범 수록 곡을 올해의 영국 크리스마스 시즌 싱글 차트 1위로 만들자는 캠페인(사진)이 벌어졌다.
크리스마스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17년 전 케케묵은 록 음악을 끄집어 내 신곡 차트에 올리려는 이유는 뭘까.
거대 자본과 미디어의 수혜를 받아 짜여진 각본대로 스타가 만들어지고 이들의 음반이 잘나가는 음반 산업 구조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네티즌들이 밀고 있는 곡 ‘킬링 인 더 네임(Killing in the name)’이 기존 시스템에 저항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영국에서는 몇 해 전부터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엑스 팩터(X-factor)’에서 발굴한 우승자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앨범을 제작해 대박을 터트려왔다.
음반기획자이자 엑스 팩터 심사위원으로 활약 중인 사이먼 코웰이 지목한 사람이 스타가 되는 것은 떼논 당상. TV에 비춰진 극적인 우승은 앨범 판매에 힘을 실었다.
사이먼 코웰은 선물용 음반이 많이 팔려 나가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발매되는 기획 음반으로 그동안 많은 수익을 올렸다. 어김없이 올해도 엑스 팩터의 우승자 조 맥엘더리가 크리스마스를 즈음해 싱글 앨범을 발매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작은 저항의 불씨가 당겨졌다. 한 네티즌이 페이스북에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을 크리스마스 1위로!’ 라는 커뮤니티를 만든 것. 이 네티즌은 크리스마스 전 주에 이들의 음원이나 음반을 구입해 이들의 곡을 크리스마스 싱글 차트 1위로 만들자고 했다.
무모하게 보였던 운동은 온라인을 통해 퍼 날라지면서 거대해 졌다. 현재 93만여 명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뜻을 보탰다.
반응도 나타났다. 현재 아마존과 세븐 디지털 등 음원 사이트 등에서 이 곡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해체한 멤버들도 팬들에 응원에 힘입어 다시 뭉쳤다. 이들은 최근 영국 BBC 라디오에 출연해 라이브 공연도 펼쳤다. 또 크리스마스 시즌 1위를 해서 얻는 수익금을 노숙자에게 기부할 예정이고 축하 무료 공연도 하겠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언했다.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도 이들의 운동에 지지를 보낸다며 힘을 보탰다.
임진모 음악 평론가는 “미디어에 비춰지는 스타와 그들의 음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음악 바로보기’의 전형”이라며 “음악 산업의 건전성을 위해 네티즌이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행동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크리스마스 싱글차트는 일요일인 20일(현지시간) 중 발표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BBC 라디오 출연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