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톡톡] “길 막고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네요. 너무 한심해 보여요.”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인근 번화가에서 이 학교 대학생으로 추정되는 남성들 수십 명이 1차선 도로를 막고 응원가를 부르는 장면이 온라인에 올라와 네티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5일 포털사이트 다음에 따르면 동영상 코너 TV팟에 ‘안암골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된 동영상은 전날 게재된 이후 만 하루 만에 2만3000여건의 조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한 네티즌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37초짜리 동영상에는 남성들이 벌이는 추태가 잘 담겨 있다.
동영상을 보면 10여명의 남성들이 일방통행 도로에 우르르 내려와 빙 둘러서서 어깨동무하고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있다. 무리 뒤에는 택시가 서있고 그 뒤로도 차가 줄줄이 정차돼 있어 도로는 꽉 막혀 있다. 행인들도 이들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쳐다본다.
동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대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조차 갖추지 못한 모습” “어릴 때 저런 행동 한번 해봐야 후회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 이라는 식으로 비판을 퍼붓고 있다.
네티즌들은 동영상 속 무리가 고려대 재학생이나 졸업생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동영상에 담긴 노래가 “즐거운 고연전(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 축제) 날에 연대생(연세대학교 학생) 우는 소리 지고 가는 연대생이 처량도 하구나. 어기야 디여차 어기야 디여어 어기여차 뱃놀이 가잔다” 등의 가사로 돼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축제에서 고대생이 즐겨 부르는 응원가이고 동영상 제목에서의 ‘안암골’도 이들이 고대생이라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아메리카노’란 ID의 네티즌은 “해병대 무리가 신촌 사거리도로 한 가운데 모여 노래 부르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며 비단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고려대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신입생 환영회나 축제가 되면 30∼40명씩 몰려다니면서 술을 먹고 거리에 나와 도로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고대생들이 종종 있다”면서 “장사 하는 입장에서 피해를 보진 않지만 일방 통행길이라 잠시라도 멈춰서야 하는 운전자는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치안센터 관계자는 “거리에서 음주 소란을 피운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관할 지구대에서 출동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상황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며 “하지만 동영상속 상황은 30초 정도에 불과해서인지 관련 신고는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