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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문화] 182cm의 훤칠한 키에 모델을 연상케 하는 외모, 서울예고 수석 졸업에다 서울대 학사 석사 박사과정까지 섭렵하고 있는 지성. 이쯤되면 그는 엄친아다. 여기에 그가 부른 음악은 올들어 클래식 음원차트 4주연속 1위를 차지했다. 지성,외모,실력의 3박자를 갖춘 크로스오버(클래식과 대중음악을 섞은 음악) 가수 카이(본명 정기열·29)는 어느때보다도 활기찬 연초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빅뱅 콘서트의 오프닝을 장식했고, 디지털 싱글 ‘벌’로 데뷔한 그가 “대중적 성악의 활성화를 위해 매진하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두 번째 디지털 싱글앨범 ‘이별이 먼저 와 있다’가 최근 나왔다. 노영심씨와 작업을 했는데, 어땠나.
△이번 앨범 타이틀 곡 ‘이별이 먼저 와 있다’는 노영심씨가 카이란 사람이 사랑을 했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으로 쓴 곡이다. ‘개인 맞춤형’ 노래를 받은 셈이다. 그래서 노래를 하면서도 감정이 자연스럽게 이입될 수 있었다.
-요즘 가요계는 아이돌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어려움은 없나.
△당연히 큰 어려움이 따른다. 음악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무대에서 아이돌 그룹을 볼 기회가 별로 없다는 매우 큰 애로사항이 있다. (웃음) 특히 소녀시대 태연과는 듀엣을 해보고 싶다. 아직 나의 음악에 대해서 대중이 거리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어 음악프로 무대에서 자주 설 기회가 없는 것이 가장 아쉽다.
-성악전공인데, 언제부터 대중적인 가수의 꿈을 키웠나.
△처음부터 크로스오버 가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한건 아니었다. 2003년 조승우씨가 출연한 카르멘을 보다가 뮤지컬과 조승우의 매력에 빠졌다. 클래식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져있을 즈음 뮤지컬에서 ‘전통을 뛰어넘는 감성’을 느꼈다. 그 때부터 조승우씨가 나온 공연을 쫓아다니며 보았고 진심을 담아 온몸을 열정적으로 바치는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무대에서 음악과 열정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욕구가 생긴 것이 가장 큰 계기였다. 무작정 뮤지컬회사들을 찾아다니며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 뮤지컬 회사들의 반응은 어땠나.
△한마디로 시큰둥했다. 뮤지컬을 하려는 사람은 너무나 많았고, 시장은 안정적으로 확립돼있지 않았다. 일단 부딪혀보자는 심정으로 무작정 찾아가서 오디션을 보았다. 떨어지는 일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 시기 뮤지컬에 대해 외국서적을 찾아보며 공부했다.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크로스오버장르를 알게 되었다. 또 모든 분야에 성악과 클래식이 기본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대학원에 진학해서 성악을 계속 공부한 이유이기도 하다.
-데뷔는 어떻게 하게 됐나
△학교로 돌아가 콩쿠르에 나갈 즈음해서 오디션을 봤던 곳 중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 때 처음으로 뮤지컬과 팝페라라는 장르를 접목해서 음반을 내자고했고 2008년 4월에 '결이'라는 이름을 내걸며 첫 앨범을 냈다. 그리고 지금의 유니버설 클래식을 만나 다시 카이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내게 됐다. 무작정 뮤지컬 회사를 다니며 기회를 찾아 다녔고, 뮤지컬의 꿈을 안고 도전하면서 수없이 낙방했지만 그 도전을 통해 나의 개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새로운 크로스 오버라는 가수로 데뷔할 수 있었다.
-데뷔하고 난 후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일단 동료들 사이에서는 신선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우호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교수님 중에서는 박사하라고 뽑아놨더니 딴따라 하고 있냐고 하는 분도 있었고, 돈 벌고 싶어서 눈이 멀었다는 소리도 들었다. 사실 이게 돈은 더 안 되는데.(웃음)
-빅뱅의 탑, 성시경 닮았다는 말도 있었는데 정말 비슷한 느낌이 있다. 외모도 아이돌 느낌이고.
△그 말 때문에 정말 많은 악플에 시달렸다. 특히 탑 닮았다는 기사가 나간 이후에는
내가 홍대근처를 못 간다.(웃음) 탑에게 그저 미안할 뿐이다.
- ‘조수미가 선택한 남자’이기도 했는데, 조수미의 전국 투어 공연파트너로서 부담감은 없었나.
△조수미 선배도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있어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조수미 선배는 학교 선배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세계 최고의 성악가이다. 나에게는 그야말로 대스타였으니 단순한 부담 정도가 아니라 두려운 정도였다. 그런데 막상 실제로 함께 호흡을 맞춘 선배는 정말 허물없고 순수한 분이셨다. 조수미 선배는 한국 사람이 가진 소극성을 버리라 했다. 내가 가진 소리를 과감히 표현해내고 감정에 충실한 것이 우선이라고. 조 선배와의 공연과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다.
-본인도 어떤 가수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했는데 본인의 지향점은 대중가수인가 클래식 가수인가.
△일단 그 모든 걸 떠나 나는 그냥 ‘가수’다. 격 없이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런 가수 말이다. 성악과 클래식을 바탕으로 한 ‘대중가수’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이문세 김민기 양희은 유재하 이승철과 같은 가수들이 내가 추구하는 클라드(클래식과 발라드의 조합)를 대표하는 음악이다. 2010년형 이문세 음악의 계보를 잇는 가수라하면 느낌이 오지 않을까.
- 취업난이 심각하고 요즘 젊은이들은 도전의식이 없다는 비판도 있는데 꿈 앞에서 좌절을 겪은 20,30대에게 조언을 한다면.
△ 엠넷에서 방송하는 ‘문희준의 음악발라드’라는 코너를 통해 데뷔했는데
나비라는 가수와 나를 제외하고 현재까지 남아있는 가수가 없다. 수많은 사람이 데뷔를 하고 사라지는 가요계에서 적어도 나는 살아남았고, 나의 정체성을 찾지 않았나. ‘꿈을 이루었다’는 것이 정상에 오르는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졸업을 해서 취직을 하면 ‘취업했다’라고 하지만 정작 자기가 진짜 이루고 싶은 꿈에 도전하는 사람은 단지 지금 보이는 결과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백수’가 되는 것 같다. 졸업했으니까, 취업해야 하니까, 돈을 벌어야 하니까 라는 이유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기보다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찾고 끝까지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가수가 되고 싶나.
△김연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김연아라는 선수가 있기 전에는 피겨스케이팅은 방송조차 하지 않는 종목이었다. 나 역시 내가 하는 음악이 지금은 생소할지라도 나를 통해서 사람들의 관심이 생길 수 있다면 클라드라는 장르도 더 풍성해 질 수 있을 것이다. 마치 김연아라는 선수가 있어서 사람들의 관심도 생기고,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후배들이 생기는 것처럼 내가 하는 음악이 각광받으면 다시 나와 같은 가수들이 나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내가 하는 음악의 범위도 더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태연과 함께 듀엣곡을 부르는 크로스오버 가수,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인턴 박소현 기자, 사진=장일암 작가 fox6580@hanmail.com
(인턴제휴 아나운서 아카데미 '아나레슨'http://www.analesso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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