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톡톡] 최근 컴백을 앞두고 취재 조건에 대한 ‘서약서’ 소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본 여배우 사와지리 에리카(?尻エリカ·23)가 다시 한 번 ‘오만의 여왕’다운 모습을 보였다.
사와지리 에리카는 16일 도쿄 시오도메에 위치한 한 고급 연회실에서 컴백 기자회견을 가졌다. 서약서 소동으로 ‘취재 보이콧’까지 운운하며 반발했던 일본 언론이지만 이날 현장에는 외신 기자를 포함해 300명에 가까운 취재진이 몰려들어 그녀의 여전히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관련기사]‘오만 여왕’ 日사와지리 에리카, 이번엔 ‘서약서’ 소동
흰색 원피스에 흰색 쟈켓 차림으로 등장한 사와지리 에리카는 서약서 소동을 의식한 듯 허리를 굽힌 자세를 수초간 유지하며 취재진을 향해 정중히 인사했고, 회견 내내 차분하고 절제된 말투로 질문에 답했다. 잦은 물의를 일으키며 소속사에서 퇴출된지 2년 반 만에 활동을 재개하는 만큼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녀는 이처럼 반성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성공한 듯했지만 서약서에 대한 대목만큼은 ‘예외’였다.
공식적인 질의 응답 시간이 끝나고 퇴장하는 그녀를 향해 “서약서를 철회하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그냥 퇴장하는 듯 하더니 취재진을 향해 다소 굳은 표정으로 “그런 일은 없습니다(そのようなことはございません)”라고 말했다. 한 기자가 “철회 안 하겠다?”라고 다시 묻자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또다른 기자가 “철회 안 하겠다는 의미네요”라고 재차 확인하자 단호한 표정으로 “예”라고 짧게 대답했다.
서약서는 이른바 ‘6개 조항’으로 이뤄진 취재 조건이다. △사와지리 에리카에 대한 정보나 성명을 전할 때는 왜곡이나 오해를 부르는 일이 없도록 쓸 것 △정보를 공개하기 전에 그 신빙성을 충분히 확인해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일절 공개하지 말 것 △사와지리 에리카나 그 가족(선조·자손·배우자 포함)에게 일방적인 굴욕·모욕적 표현을 금지하고 명예를 훼손할 만한 코멘트를 하지 말 것 △허가없이 프라이버시 공개하지 말 것 △불명확 혹은 유해한 기사는 정정할 것 △본인이나 가족의 사생활이 촬영된 것을 입수하거나 허가없는 기사는 쓰지 말 것 등이다.
사와지리 에리카측은 언론사들에 이 서약서에 사인을 요구했고, 사인을 하지 않으면 법적수단 강구, 공식사이트 접속 제한 등을 하겠다고 ‘엄포’를 놔 일본 언론이 발칵 뒤집혔다.
그녀는 지난 2007년 영화 시사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짜증을 내는 듯한 어투로 짧은 대답으로 일관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고, 지난해 1월에는 22세 연상의 비디오 아티스트 겸 DJ 다카시로 츠요시와 결혼식을 올리며 ‘부부관계 월 5회, 외도시는 벌금 1억5000만원’이란 기형적인 결혼 계약서를 썼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드라마 ‘1리터의 눈물’ ‘태양의 노래’, 영화 ‘박치기’ 등을 통해 순수하고 청초한 이미지로 정상급 스타로 발돋움했지만 거듭되는 한 언론사에서 실시한 ‘일본 여성이 가장 싫어하는 여성’ 설문조사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