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겨울연가’의 배용준, ‘상두야 학교가자’의 정지훈(비),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소지섭, ‘눈의 여왕’의 현빈에 이어 ‘나쁜 남자’ 김남길이 이형민 감독의 눈에 들었다.
‘미다스의 손’처럼, 이 감독과 드라마를 함께 한 배우들은 한류스타로 성장했다. 이 감독의 신작에 출연한다는 것은 마치 한류스타의 미래를 ‘예약’하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인 만큼, 그의 남다른 안목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주말 제주도 해비치리조트 로비에서 드라마 ‘나쁜 남자’(제작 굿스토리)의 연출을 맡은 이형민 감독을 마주한 건 자정이 넘어서였다.
“제가 연출을 잘한다기보다는 캐스팅을 잘하는 것 같아요(웃음). 좋은 배우, 좋은 스태프 덕분에 프로듀서를 했던 ‘겨울연가’부터 이후 연출한 드라마들이 분에 넘치는 큰 사랑을 받았네요. 배우가 좋아서 작품이 잘 됐나, 작품이 좋아서 배우가 유명해졌나 하는 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인 건데 어쨌거나 제 드라마를 거쳐 간 분들이 소위 ‘잘 나가가게’ 된 건 사실이네요.”
수줍은 웃음과 함께 “캐스팅을 잘한다”고 자평하는 그에게, ‘왜 김남길이냐’고 물었다.
“두 가지인데요. 왜 나쁜 남자에 김남길이냐 하는 거랑, 대작 주인공에 드라마 주연 경험이 없는 김남길이냐 하는 걸로 압축되네요. 예를 들어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소지섭은 참 좋은 배우예요. 지금도 저와 함께 했던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고요. 그런데 소지섭은 반듯하고 묵직한 스타일 아닌가요. 반면 김남길에게는 착한 소지섭에게 없는, ‘끈적거림’이 있어요.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섹시? 반항적 매력? 어떤 도발의 에너지가 있는 배우예요. 그게 김남길이라는 배우를 원한 이유예요.”
타이틀 롤이어서 일까, ‘나쁜 남자’ 김남길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쉼표’ 없이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럼 김남길이 20여 부작 드라마의 타이틀 롤을 만큼 큰 배우냐, 그만큼 흥행성이 있느냐 하는 문제인데요. 제 성향이기도 한데,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분이라 할지라도 저 배우다 싶은 ‘느낌’이 오면 기용합니다. 이미 이리저리 쓰여 진 얼굴, 눈에 익어버린 얼굴이 아닌 새로운 얼굴을 좋아하거든요. 이번에 홍모네 역에 캐스팅 한 정소민 양도 그런 경우고요. 저의 직관이기는 합니다만, 나쁜 남자 건욱 역에 딱이다 싶은 배우를 만났는데 더 이상 뭐를 따지겠어요. 저는 남길 씨에게 세 여자(태라 오연수, 재인 한가인, 모네 정소민)가 빠져들 만큼 큰 흡인력이 있다고 봤고요, 시청자분들도 그 매력에 빠지시길 바랄 뿐입니다.”
일본 방송 NHK가 공동 제작에 나선, 한국을 넘어 아시아 차원의 협력으로 만들어지는 드라마의 주인공을 결정한 ‘이유’를 물었는데, ‘느낌’이라는 답이 돌아오니 계속 묻지 않을 수 없다. 객관적 데이터가 아닌 주관적 직관에 의존한 캐스팅 방식에서 불안감은 느끼지 않는지 말이다. 이 감독은 ‘돗자리 깔아야 할’ 수준은 아니지만, 캐스팅 안목에 대한 믿음은 가지고 있다며 멋쩍은 웃음과 함께 가족들의 지지로 ‘객관성’을 보충했다.
“사람 눈이 다 비슷하지 않나요? 이걸 객관적 데이터라고 말씀드리는 게 우스울 수도 있지만, 집사람이 그동안 ‘이 드라마 된다’ ‘이 주인공 괜찮다’ 하면 작품이 잘 됐어요. 적중률이 높다할까요. 김남길 씨 좋다고 하더라고요, 캐스팅 잘했다고. 그리고 우리 아들이 좋아해요, 물론 드라마 ‘선덕여왕’의 비담뿐 아니라 문노도 좋아했지만 아이들은 시대감각에 본능적으로 예민하잖아요. 김남길 씨가 오늘, 이 시대의 아이콘인 건 분명한 것 같고요, ‘나쁜 남자’ 이후 더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제작비 80억 원이 투입됐고, 서정적 영상과 감수성 짙은 멜로의 대명사인 이형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아름다운 남자 김남길 김재욱과 깨끗한 느낌의 한가인 오연수가 격정적 멜로로 호흡을 맞춘 ‘나쁜 남자’.
아이러니하게도, 2011년 일본 NHK를 통해 프라임 타임대 방영이 확정된 이 드라마의 국내 방송일자는 확정되지 않았다. 제작사에 따르면 SBS와 편성 협의 중이다. 잔잔한 서정 멜로에서 고품격 격정 멜로로의 변화를 꾀한 이형민 감독의 새로운 드라마, 뭇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을 ‘옴므 파탈’ 김남길의 매력이 ‘꽃샘 추위’를 떨치고 만개하기를 기대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