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VS 야구
‘끝장 토론’


축구=신났군, 신났어. 뭐? 올 시즌 프로야구 목표 관중이 655만명?

1년 내내 야구만 보란 얘기냐?

야구=쯧쯧… 신문도 안 보나? 이미 100만 관중 돌파했어.


(역대 세 번째로 적은) 93경기 만에. 통산 관중 1억명이 코앞이야.

축구=6월에 월드컵 하는 거 몰라? 2002년에 봐서 알 텐데,


한국이 16강만 가면….

야구=2002년에 봐서 알아.


K리그 인기는 월드컵 끝나고 반짝 하다 말더군!

2000년 250만명이던 우리나라 프로야구 관중은 지난해 592만명이 됐다. 증가율 137%. 폭발적 상승세는 10년간 딱 세 번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며 주춤했다. 2002, 2004, 2006년엔 오히려 전년보다 각각 60만, 40만, 34만명 줄었다.

이 세 번 중 두 번이 축구 월드컵의 해였다(2004년은 일본에 진출한 전년도 국내 홈런왕 이승엽 선수의 공백이 컸다). 축구 잔치가 벌어지면 야구장을 찾는 발길이 뜸했다. 월드컵이 돌아오는 4년에 한 번, 한국에서 야구와 축구 사이엔 묘한 긴장이 흐른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잔뜩 심술부린 봄 날씨에도 프로야구가 연일 관중몰이를 하는 동안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한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주말섹션 And는 한국에서 가장 팬이 많은 두 스포츠를 초청해 ‘끝장 토론’을 벌였다. 야구가 더 재미있나, 축구가 더 재미있나!

야구폐인(廢人) 안준모(34·LG트윈스 인터넷중계방송 캐스터)씨, 축구광인(狂人) 박정진(31·FC서울 서포터즈연합회 의장)씨, “한국야구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이라는 ‘야구의 추억’ 저자 김은식씨, “축구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주장하는 장원재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야구 아는 여자’를 쓴 김정란 스포츠서울 기자, ‘축구 아는 여자’를 출간한 이은하 MBC 라디오 MC, 야구광 소설가 박상(‘이원식씨의 타격폼’)씨, 축구광 소설가 박현욱(‘아내가 결혼했다’)씨.

야구와 축구의 가상 토론은 이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구성했다.

사회자=요즘 SK텔레콤의 TV CF ‘Reds Gone(레즈가 사라졌다)’이 한창 방송되더군요.

축구=아, 볼수록 가슴 뛰는 광고예요. 커피숍 벽에 걸린 TV로 축구 경기가 중계되죠. TV를 등지고 수다에 열중하던 젊은 여성에게 문득 아나운서 음성이 들려와요. “슈∼웃.” 내레이션이 시작됩니다. “당신의 레즈는 지금 어디로 갔나요?” 월드컵 거리응원 무대인 서울 세종로가 여명에 텅 빈 모습을 드러내며 끝이 나죠. 이런 메시지예요.

이제 곧 판이 벌어진다, 당신의 혈관 가득 흐르던 축구의 피는 어디로 갔는가, 다시 뛰쳐나와 이 광장을 채우라!

야구=그게 축구 CF인가요? 애국자 모집 광고지. 한국 축구에서 애국심 빼면 뭐가 남을까요? 국가대표 경기에나 관중이 모이는데. 하지만 야구는 이제 삶의 일부죠. 특별히 응원하는 팀이 없어도 누구나 찾아가 즐기는.

축구=지금 돈 많다고 자랑합니까? 치어리더 동원하고, 이상한 막대풍선 나눠주며 관중석 채우던데. K리그 서포터즈 보세요. 치어리더 없어도 앉아있지를 않아요. 관중석에서 90분 내내 선수들과 함께 뜁니다. 자비 들여 응원용품 제작하고 직접 응원가 만들어 부르는 열두 번째 선수들이죠.

야구=야구 관중이 마케팅의 결과라니… 안타깝네요. 웬만한 야구팬은 다 감독이에요. 자기만의 전술을 가진. 선수들 움직임을 눈으로만 쫓아다니는 축구팬과 차원이 달라요.

사회자=야구팬은 감독이 되고, 축구팬은 선수가 된다? 야구와 축구가 어떤 스포츠인지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죠.

축구=하나 궁금한 게… 야구도 하면 땀이 나나요? 뛰는 시간보다 서 있는 시간이 몇 배 많던데. 좀 볼만 하면 공·수 바꾸느라 중단하고, 투수 교체한다고 한참 쉬고, 투수는 한번 던질 때마다 있는 대로 뜸 들이고.

야구=머리는 헤딩하려 달고 다니세요? 야구는 중단의 연속이고, 그래서 생각하는 스포츠란 거예요. 투수가 다음에 무슨 공을 던져야 한다, 이 타자는 저 투수의 몇 번째 직구를 노려야 한다, 이 상황에선 히트 앤드 런이 필요하다… 다양한 전술을 구상하며 경기를 즐깁니다.

축구=선수들은 별 생각 없어 보이던데. 감독이 번트 대라면 번트 대고, 주루코치가 멈추라면 멈추고. 모든 게 사인에 따라 진행되잖아요. 축구선수야말로 생각하는 직업이죠. 경기가 시작되면 감독이 개입할 여지는 선수교체 정도예요. 선수들 스스로 판단해 움직여야 합니다. 어려서 축구를 시키면 창의성 관장하는 전두엽이 발달한대요.

야구=야구는 과학이에요.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되고 그 방대한 데이터가 최선의 플레이를 찾아냅니다. ‘원아웃 주자 1·3루에서 득점할 확률 63%’(2007년 한국 프로야구 통계). 이런 과학적 분석이 매 순간 적용되는 게 야구죠.

축구=모든 구기종목의 공이 둥글지만 ‘공은 둥글다’는 격언은 축구에서 나왔어요. 축구는 드라마죠. 누구도 항상 강하진 않고, 누구도 언제나 약하지 않을 수 있는.

야구=드라마? 9회말 투아웃 역전 홈런 말고 드라마가 또 있나?

사회자=야구는 이런 것이다, 축구는 이런 것이다, 단적으로 보여준 경기를 꼽는다면?

야구=지난해 5월 12일 SK와이번스와 LG트윈스의 잠실 경기! SK가 9회 초까지 9-1로 앞서고 있었어요. 다들 경기 끝났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9회말 LG가 8점을 내리 뽑아 동점이 됐어요. 연장 12회에 결국 SK가 이기긴 했지만, 꼴찌에 가깝던 LG가 당시 최강팀 SK에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란 요기 베라(미국 뉴욕 양키스) 선수의 명언을 보여준 거죠.

축구=뭐니 뭐니 해도 2002년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전이죠. 후반 종료 직전 설기현의 동점골에 이어 연장전 안정환의 헤딩 결승골! 이탈리아란 거대한 벽이 무너진, 그것도 경기 초반 페널티킥 실축했던 안정환에 의해 무너진 순간이었어요.

사회자=그럼 야구와 축구의 재미는 결국 같은 것 아닌가요?

축구·야구=(한목소리로) 에이∼, 아니죠.

축구=축구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가장 가까운 스포츠예요. 집단 사냥으로 식량을 획득하던 원시시대 사냥꾼의 유전자가 우리 몸에 남아 있어요. 그 생존 본능을 가장 충실히 구현한 제도가 바로 축구죠. 그래서 전 세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겁니다. ‘제3의 길’ 저자 앤서니 기든스는 “세계화란 곧 축구다”라고 단언했잖아요.

야구=그렇다면… 야구는 가장 진화한 스포츠예요. 대부분 구기종목은 공이 그물에 출렁일 때 점수가 되죠. 야구는 사람이 홈플레이트 밟는 순간 점수가 올라가는, 사람 중심의 독특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어요. 축구는 공만 있으면 되지만 야구는 많은 장비와 시설이 필요합니다. 도구를 사용해 문명을 건설해온 인간의 욕구가 담겨 있는 겁니다.

사회자=그럼 이제 한국의 야구와 축구에 대해 얘기해보죠.

야구=아, 감회가 새롭네요. 한국 야구사는 고속성장의 한국 경제사와 닮았어요. 1982년 프로야구 출범에 전두환 정권의 정치적 의도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죠. 여건이 성숙되기 전에 ‘위로부터’ 판이 만들어졌어요. 프로야구가 안착한 건 지역연고제의 힘이었죠. 소비자에게 확실한 동기를 줬으니까. 이 동력이 자본의 힘으로 바뀐 게 1997년 외환위기예요. 쌍방울 해태 같은 부실 구단주가 떠나고, 돈 많은 기업의 팀일수록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됐죠. 2000년대 중반부터는 기업이 야구를 홍보 수단이 아닌 돈벌이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게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예요. 팬 서비스 잘해서 돈 벌자. 대표적 구단이 SK입니다. 요샌 팬 잘 모시는 팀이 성적도 좋아요.

축구=1983년 프로리그 출범 이전 한국 축구를 키워준 건 일본과 북한이에요. 다 져도 좋은데 그 둘 만큼은 이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선수들을 담금질했습니다. 프로리그 연중 경기가 열리면서 구조적 변화가 시작됩니다. 그래도 여전히 ‘정신력’이 강조돼 오다 1990년대 과학적 훈련과 축구산업이란 개념이 도입됐어요. 2002년 월드컵에선 축구가 스포츠를 넘어 사회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게 확인됐죠. ‘한국인은 축구보다 축구를 통해 얻는 가치를 사랑해왔다. 일본을 꺾었다는 희열, 월드컵 승리의 자부심 같은.’ 이렇게 말하기도 하는데… 맞는 측면이 있죠. 그게 나쁜 것도 아니고요.

사회자=그런 과정을 거친 한국 축구와 야구의 스타일은 어떤가요? 문제점은 없나요?

축구=빠르죠. 2002년 이후 찬스를 만드는 순간 스피드가 전·후반 90분간 유지돼요. 체력이 되는 거죠. 문제라… 결국 이 얘기를 해야겠죠. 국가대표팀 팬과 K리그 팬이 완전히 겹치지 않는 현실.

야구=프로야구 SK는 섬세한 팀입니다. 작전부터 플레이까지. 두산은 우직하고, 기아는 힘이 있고, LG는 세련됐고, 한화는 느긋합니다. 롯데는 팬이나 선수나 열정적이고, 삼성은 엘리트 기질을 가졌어요. 한국야구 색깔은 이렇게 다양합니다. 미국 뉴욕 양키스나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같은 압도적 1등도 없어서 어느 팀 팬이든 환희와 슬픔을 모두 맛볼 수 있어요. 대신 구단 경영에는 아직 성적 지상주의가 남아 있습니다. 좀 더 팬을 중심에 둬야죠.

사회자=각각 마지막 질문을 드리죠. 먼저 축구는 남아공월드컵 16강에 갈 수 있을까요?

축구=갑니다. 역대 대표팀 통계를 보면 전반 15분 이내 실점이 굉장히 많아요. 주눅이 든 채로 그라운드에 선 거죠. 지금 대표선수들은 정신적 콤플렉스를 확실히 벗었어요. 큰물에서 놀아본 선수가 어느 때보다 많습니다. 이청용 기성용 선수 세대는 아예 큰 시합을 즐겨요. 건전하게 당돌하죠. 또 한국 축구 스타일은 노르웨이 스웨덴 같은 북유럽팀을 힘들어하고 이탈리아 스페인 등 라틴계팀과는 질 때 져도 후회 없이 싸워요. 이번엔 적어도 ‘불편한 적’은 없는 조에 편성됐어요.

사회자=프로야구는 올해 655만 관중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야구=그동안 야구와 축구가 축구할 땐 야구 안 보고, 야구할 땐 축구에 무관심한 대체제로 인식됐는데, 이제 보완제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두 스포츠를 모두 감당하기에 너무 작았던 스포츠레저 시장이 많이 성장했거든요. 야구 인기가 축구로 이어지고, 월드컵의 감동이 프로야구장으로 확산되는 선순환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올해가 그 원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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