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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연예] 원더걸스 예은, 쥬얼리 전 멤버 박정아, 에이트 주희, 코요태 신지, 린 등 국내 유명 여가수들과 입맞춤한 래퍼 에이치 유진(H-유진)이 보컬 한수연을 영입하며 그룹 에이치 투(H2)를 결성하고 지난 6일 디지털 싱글 ‘마음의 병’을 발표했다.
유진은 8년여의 긴 무명시절을 끝내고, 지난해는 싱글 앨범 ‘사랑경보’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가요계에서 입지를 굳히며 실력파 래퍼로 자리 잡은 그가 그룹 결성을 한 이유는 뭘까.
“제가 그룹 결성하겠다고 말했을 때 주변에서도 의아했어요. ‘H-유진’이란 이름도 알려졌는데 왜 하느냐고 그랬죠. 사실 이제 피처링할 만한 가수가 없잖아요. (웃음) 피처링도 많이 해봤고, 그룹을 한다고 해도 솔로활동을 전혀 할 수 없는 건 아니니까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어요. 작곡가 구자경 씨 스튜디오에 갔다가 수연 씨를 처음 만났는데 수연 씨 노래소리에 ‘아! 이 사람이다’했죠. 제 랩하고 색깔도 맞고 조화도 잘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룹 활동 제의를 하게 됐어요.” (유진)
“당시 솔로 활동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유진 오빠가 그룹 활동 제의를 했어요. 저도 힙합, 흑인음악, 소울 장르를 좋아해요. 그런 걸 보면 오빠가 추구하는 음악과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해 당장 하겠다고 했죠(웃음).” (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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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마음을 사로잡은 보컬 한수연은 2002년 소녀시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가 속해있는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서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했다. 지난 2006년에는 여성 4인조 그룹 에이시아(Asia)로 무대에 선 경험도 있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현재 연예계 ‘엄친딸’ 배우 이인혜와 같은 한국방송예술대학교 교수로 재직해 후학양성에도 열심이다.
“첫 데뷔 무대를 갖고 학생들의 반응이 궁금했어요. 그런데 요즘 친구들은 정말 대범한 것 같아요. 제 무대를 보고 ‘괜찮았어요!’ ‘왜 이렇게 떠시나요?’라면서 거침없이 표현하더라고요. 이런 제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잘 해야겠구나’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웃음)” (수연)
최고의 래퍼와 실력파 가수가 만나 탄생된 그들의 디지털 앨범 ‘마음의 병’은 작곡가 오성훈이 만든 곡으로 유진이 가사를 입히고 수연의 음색에 맞게 랩 구성을 바꿨다. 이전에도 엠씨몽, 유승준, 케이윌, 원투 등 동료 가수들에게 곡을 만들어 선물할 정도로 작곡‧작사 실력을 갖춘 유진. 그가 작사한 ‘마음의 병’은 몰래한 짝사랑을 염두하고 썼음을 밝혔다.
“대부분의 래퍼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가사를 쓸 때 제 아픔이나 경험들이 밑거름이 되죠. 그런데 이번에는 ‘상상’ 경험을 했어요. 제가 짝사랑하고 있는 그녀가 있는데, 마치 사귀었다가 헤어진 걸 생각했죠.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했다고 할까. 비록 상상해서 나왔지만 곡이 잘 나온 것 같지 않나요?(웃음)” (유진)
유진은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 깊이 있는 힙합음악을 추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가요계가 댄스 음악 중심으로 흘러가는 특성상 그의 ‘진한 힙합’음악을 뿌리 내리기는 어려웠다. 그는 대중들과 함께하기 위한 힙합으로 기존의 음악에서 무게를 덜었다. 그래서 발표한 곡이 원더걸스 예은과 함께한 ‘환상의 짝꿍’과 복고댄스로 사랑받은 배슬기와 부른 ‘키스미’였다. 대중음악을 하면서 오히려 그는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대중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어요. 대중음악이 쉬운 게 아니라는 걸 느끼니 오히려 더 하고 싶어요. 제 나름대로 하고 싶은 음악도 있지만 지금은 사랑받는 음악, 팬들과 공감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제가 30대이다 보니 20, 30대와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 통하는 음악을 더 하고 싶답니다.” (유진)
요즘 가요 시장을 보면 아이돌 위주로 돌아간다. 그들의 음악은 ‘후크송’이다. 반복적 가사와 멜로디로 중독성을 띄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다는 것 동시에 음악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상업적이라는 지적이다.
“후크송도 음악에 있어 필요한 장르고, 그것은 지금 아이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힙합하는 친구들이 후크뮤직을 소화하기 힘들거든요. 저랑 다른 장르에 있는 후배들을 보면서
선배로서 보고 배울 게 많죠.”(유진)
“팬들이 음악을 선택해서 감상하는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후크송이라고 해도 완성도를 필요로 하죠. 요즘 음악들이 그래요. 또 전 세계적으로 후크송이 대세잖아요.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죠.”(수연)
열린 자세를 가진 까닭에 이들에겐 친구가 많다. 수연은 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제아와 빅마마의 영현과 우정을 쌓고 있고, 유진은 연예계 ‘마당발’로 통한다. 친구와의 우정, 의리를 특히 중요시하는 유진의 친구로는 가수 엠씨몽, 하하, 방송인 노홍철 등 최근 솔로가 된 최고의 입담들이다. 그래서일까. 유진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한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친구 좋아하는 유진이 예전에 녹음 날 아침까지 생일 파티를 한 후 술이 덜 깬 상태에서 녹음작업을 했는데 결과는 음주하지 않았을 때 보다 기대 이상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왜 JK선배님이 그룹 이름을 ‘드렁큰 타이거’로 지었는지 알겠더라고요. 또 이승철 선배님은 녹음하기 전에 소주 한 병 정도 드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취중 녹음했는데 너무 만족스러웠고요. 회사 식구들이 기립할 정도였다니까요(웃음). 미성년자인 아이돌들은 안 되지만요.”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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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 친구만큼 좋아하는 게 있으니 바로 쇼핑이다. 평소 일주일에 4일은 쇼핑을 할 정도로 옷을 고르는 센스도 뛰어나고 패션 감각도 남다르다. 유진은 이번 앨범에서 직접 자신의 의상을 제작했다.
“정말 쇼핑을 좋아해요. 사실 음악보다 옷에 신경을 더 많이 써요(웃음). 옷은 남들의 시선보다도 자기만족이거든요. 입었을 때 예뻐야지 무대에 섰을 때도 자신감 생겨요. 그래서 이번 무대의상도 직접 제작했어요. 목걸이도 스파클 장식도 우리나라 최고라는 디자이너를 만나 부탁드렸죠. 어때요? 괜찮은가요?” (유진)
음악 이야기를 할 때만큼이나 패션 이야기도 열정적으로 풀어나갔다. 그는 친구 중 패션 감각이 뛰어난 친구를 원타임에 테디로 뽑았다. 고등학생 시절, 점심을 굶어가며 모은 돈으로 모자하나 사고 기뻐했던 때가 생각난다고 말한다. 유진은 테디를 좋은 친구인 동시에 멘토라고 말한다.
“원타임의 테디가 한 살 많지만 친구가 됐죠. 친구다 보니 패션이나 음악 등 좋아하는 것이 비슷해요. 보고 배울 게 많은 친구죠. 제 인생의 ‘멘토’예요. 저도 테디 랩의 영향을 많이 받았거든요. 친구지만 때론 선생님같이 지적도 해주고, 또 프로듀서 일을 하고 있으니깐 더 객관적으로 봐줄 수 있어서 테디의 조언은 언제나 큰 가르침이 되죠. 너무 고마워요.” (유진)
수연은 인생의 멘토보다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 박미경과 인순이를 닮고 싶은 선배가수로 뽑았다.
“어떤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박미경 선배님이나 인순이 선배님 같이 되고 싶어요. 이런 대 선배님들과 듀엣 곡 해보는 게 제 바람이고요.”(수연)
국민일보 쿠키뉴스 인턴 최은화 기자 eunhwa730@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