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빗나갔다. 국민들은 정권 견제론에 힘을 실어줬다. ‘중앙권력-의회권력-지방권력’을 모두 잡고 있는 정부 여당의 독주를 더 이상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표심으로 나타난 것이다. 여권이 ‘전 정권 심판론’까지 내세우며 몰아붙였던 친노무현계 인사들도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사실상 정치적으로 복권됐다.
◇‘역북풍’에 민심 요동=투표 직전까지만 해도 ‘천안함발 북풍’이 선거를 지배하고 있다는 분석 속에 한나라당이 수도권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광역단체장 8∼9개에서 완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2일 선거 결과 나타난 민심은 크게 달랐다. 민주당은 호남 3곳 외에 열세 지역으로 꼽혔던 강원에서 이겼고, 충남에서도 선전했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도 민주당 등 야권 후보는 예상을 뛰어넘는 득표력을 보여줬다. 4년 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거의 전멸했던 민주당은 과반을 넘는 승리를 거뒀다.
정치권은 당초 여당의 승리가 예상됐던 지역이 대거 접전지로 바뀐 이유를 ‘역(逆) 북풍’에서 찾는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달 20일 천안함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발표 이후 대북 심리전 재개 검토와 자위권 발동 등 초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며 전례 없는 위기국면을 조성한 것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 심리가 컸다는 것이다. 북한과 인접한 강원도의 선거 결과에서 예상을 깨고 민주당 이광재 후보가 승리한 것도 역북풍의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과도하게 조성되며 주가 폭락과 환율 급등 현상이 일어난 것이 30, 40대 직장인들의 표심이 여권으로부터 급격히 떨어져나가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김민석 선대본부장은 여론조사 결과와 다른 표심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시대착오적 북풍과 여론 호도에 무서운 분노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정권 심판론 막판 위력=초기 천안함 사태에 대한 대응이 정교하지 못했던 야당은 막판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구도를 전면에 걸고 반격을 시도했다. 반면 여당은 오만했다. “다행히 천안함이 인천 앞바다에서 일어났다”는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의 발언은 진보 성향 30대 이하 유권자들의 견제론을 부추겼다. 특히 여권은 선거운동 중반부에 천안함의 약효를 충분히 봤다고 보고 선거 결과에 자신감을 보이며 “일부 의원은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4대강을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여권은 뒤늦게 북풍에 대한 완급 조절에 나서며 민심 잡기에 나섰지만 유권자들 사이에선 천안함 정국을 정략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 여론은 비등해 지고 있었다.
선거 막판에 터져나온 방송인 김제동씨 등의 중도하차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전교조에 대한 강경 방침 역시 진보 성향 30대 이하 유권자들의 견제론을 부추긴 측면도 크다.
역북풍 외에 야권의 선거연대와 후보 단일화는 당초 힘들 것이라는 선거 구도를 사실상 여당과 1대 1 맞대결 상황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근간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속설이 깨진 셈이다. 2006년 지방선거부터 전국 단위 선거에서 내리 3연패하며 분열을 거듭했던 야권이 각자 기득권을 버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일정 정도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야권이 내건 무상급식, 4대강 이슈 등도 표심을 자극했다.
투표율이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점도 상대적으로 야당에는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역북풍과 견제론이 합쳐지면서 이른바 ‘숨은 표’로 불리는 야권 성향의 젊은층이 대거 투표에 참여, 예상 외로 높은 투표율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른바 ‘한나라당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50대 이상보다 야권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30대 이하가 이전 선거보다 더 투표장에 나섰다는 것이다.
당초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투표율보다 50대 이상과 30대 이하의 세대별 투표율 격차가 여야 승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큰 격차로 앞서는 결과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보수층 유권자들의 이완 현상이 나타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투표율 상승에 대해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오후 들어 투표소에 젊은 사람이 많아졌다”면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 치른 총선 때와 비슷한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노풍(盧풍)’은 불었다=친노 후보들은 선전했다. ‘좌희정, 우광재’로 통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 충남지사 후보, 이광재 강원지사 후보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변을 일으켰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던 무소속 김두관 경남지사 후보는 한나라당 텃밭에서 여당 후보와 접전 승부를 벌였다.
여권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계기로 ‘노풍’이 불면서 젊은층과 야당 지지자들이 단결할 것을 우려, 이른바 ‘전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면서 선거 구도를 몰고 갔다. 하지만 친노 후보들은 “지난 대선과 총선 두 번의 심판으로 참여정부에 대한 심판은 끝났다”고 맞서며 반발했고, 이 같은 논리가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었다. 서거 1주기를 맞아 전국적으로 진행된 추모 행사들도 표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 수사 등으로 수세에 몰리며 도덕성 논란까지 일었던 친노 인사들이 다시 ‘노무현의 가치’를 내세우고 나선 이번 선거에서 선전하며 향후 정치적 입지를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역북풍’에 민심 요동=투표 직전까지만 해도 ‘천안함발 북풍’이 선거를 지배하고 있다는 분석 속에 한나라당이 수도권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광역단체장 8∼9개에서 완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2일 선거 결과 나타난 민심은 크게 달랐다. 민주당은 호남 3곳 외에 열세 지역으로 꼽혔던 강원에서 이겼고, 충남에서도 선전했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도 민주당 등 야권 후보는 예상을 뛰어넘는 득표력을 보여줬다. 4년 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거의 전멸했던 민주당은 과반을 넘는 승리를 거뒀다.
정치권은 당초 여당의 승리가 예상됐던 지역이 대거 접전지로 바뀐 이유를 ‘역(逆) 북풍’에서 찾는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달 20일 천안함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발표 이후 대북 심리전 재개 검토와 자위권 발동 등 초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며 전례 없는 위기국면을 조성한 것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 심리가 컸다는 것이다. 북한과 인접한 강원도의 선거 결과에서 예상을 깨고 민주당 이광재 후보가 승리한 것도 역북풍의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과도하게 조성되며 주가 폭락과 환율 급등 현상이 일어난 것이 30, 40대 직장인들의 표심이 여권으로부터 급격히 떨어져나가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김민석 선대본부장은 여론조사 결과와 다른 표심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시대착오적 북풍과 여론 호도에 무서운 분노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정권 심판론 막판 위력=초기 천안함 사태에 대한 대응이 정교하지 못했던 야당은 막판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구도를 전면에 걸고 반격을 시도했다. 반면 여당은 오만했다. “다행히 천안함이 인천 앞바다에서 일어났다”는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의 발언은 진보 성향 30대 이하 유권자들의 견제론을 부추겼다. 특히 여권은 선거운동 중반부에 천안함의 약효를 충분히 봤다고 보고 선거 결과에 자신감을 보이며 “일부 의원은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4대강을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여권은 뒤늦게 북풍에 대한 완급 조절에 나서며 민심 잡기에 나섰지만 유권자들 사이에선 천안함 정국을 정략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 여론은 비등해 지고 있었다.
선거 막판에 터져나온 방송인 김제동씨 등의 중도하차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전교조에 대한 강경 방침 역시 진보 성향 30대 이하 유권자들의 견제론을 부추긴 측면도 크다.
역북풍 외에 야권의 선거연대와 후보 단일화는 당초 힘들 것이라는 선거 구도를 사실상 여당과 1대 1 맞대결 상황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근간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속설이 깨진 셈이다. 2006년 지방선거부터 전국 단위 선거에서 내리 3연패하며 분열을 거듭했던 야권이 각자 기득권을 버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일정 정도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야권이 내건 무상급식, 4대강 이슈 등도 표심을 자극했다.
투표율이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점도 상대적으로 야당에는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역북풍과 견제론이 합쳐지면서 이른바 ‘숨은 표’로 불리는 야권 성향의 젊은층이 대거 투표에 참여, 예상 외로 높은 투표율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른바 ‘한나라당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50대 이상보다 야권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30대 이하가 이전 선거보다 더 투표장에 나섰다는 것이다.
당초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투표율보다 50대 이상과 30대 이하의 세대별 투표율 격차가 여야 승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큰 격차로 앞서는 결과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보수층 유권자들의 이완 현상이 나타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투표율 상승에 대해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오후 들어 투표소에 젊은 사람이 많아졌다”면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 치른 총선 때와 비슷한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노풍(盧풍)’은 불었다=친노 후보들은 선전했다. ‘좌희정, 우광재’로 통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 충남지사 후보, 이광재 강원지사 후보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변을 일으켰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던 무소속 김두관 경남지사 후보는 한나라당 텃밭에서 여당 후보와 접전 승부를 벌였다.
여권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계기로 ‘노풍’이 불면서 젊은층과 야당 지지자들이 단결할 것을 우려, 이른바 ‘전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면서 선거 구도를 몰고 갔다. 하지만 친노 후보들은 “지난 대선과 총선 두 번의 심판으로 참여정부에 대한 심판은 끝났다”고 맞서며 반발했고, 이 같은 논리가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었다. 서거 1주기를 맞아 전국적으로 진행된 추모 행사들도 표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 수사 등으로 수세에 몰리며 도덕성 논란까지 일었던 친노 인사들이 다시 ‘노무현의 가치’를 내세우고 나선 이번 선거에서 선전하며 향후 정치적 입지를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