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대한민국이 그리스 신전을 무너뜨리는 순간 SBS는 시청률 대박이라는 ‘선물’을 받았지만, 방송사고와 무리한 독점 욕심으로 인해 축제의 ‘질’을 낮추었다는 혹평을 들어야했다.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32강 본선 조별리그 B조 첫경기인 대한민국-그리스전 SBS 단독 생중계는 시청률 47.5%(AGB닐슨미디어 리서치 집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청률과 무색하게 SBS는 잇단 방송사고로 물의를 일으켰다.
한국-그리스전이 끝난 후 차범근 해설위원과 배성재 캐스터는 국가대표팀 주장인 박지성 선수에게 경기에 대한 평을 듣고자 했지만,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배 캐스터가 당황해 말을 더듬었으며, “제가 잘못 말했어요?”라고 묻는 소리가 그대로 전파를 타 시청자를 놀라게 했따. 또 오디오 연결 문제로 박지성 선수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은 채 인터뷰가 끝났다. 곧이어 방송된 나이지리아-아르헨티나 전도 해설하는 소리가 이중으로 방송 되는 등 오디오 문제가 그대로 이어졌다.
차범근 해설위원은 은퇴기자회견에서 “SBS 해설위원 안 하겠다”고 밝혔지만, 바로 자신의 말을 뒤집어 SBS 해설위원 계약을 체결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역대 최고 대우’와 함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해설위원까지 우선 협상권까지 약속’했다고 전해져 비판을 받기도 했다.
SBS가 축제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SBS는 방송사 홈페이지에 있는 월드컵 관련 홈페이지에 시청자 의견란을 폐지했다. 홈페이지에 있던 ‘SBS에 바란다’ 및 ‘고객센터’ 등의 시청자 의견을 없애, 단독 중계로 인해 제기될 잠재적 비난이 제기될 공간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국민들의 자유로운 길거리 응원 공간에서도 SBS의 횡포는 고스란히 드러났다. SBS는 응원장면을 취재하는 타 방송사 직원은 물론, 일반 블로거의 촬영까지 저지했다. 블로거 ‘미디어몽구’는 12일 한국-그리스전 6시간 전 서울 삼성동 COEX 앞 응원현장에서 KBS 취재진과 VJ, 블로거 등이 주최 측 경호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들 경호원은 취재진과 시민들이 영상·사진 촬영을 못하도록 통제했다.
한 경호원은 타 방송사 취재진들이 촬영 통제를 하는 것에 대해 “설명을 해줘야 하지 않느냐. SBS가 산 땅이 아니잖느냐. 우리가 언론인인데, 말이 안 되잖느냐”고 항의하자, “맞다. 확인해보고 안 되면 SBS 가서 싸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경호원도 “SBS만 중계권이 있어 모든 방송은 일절 안 되고 사진촬영도 안 된다. 위에서 전달받은 사항이다. 팀장을 포함해 전달된 내용”이라며 “만약 촬영을 하려면 SBS에 중계료를 내야 한다”고 알렸다.
이에 SBS는 뒤늦게 “행사를 주관한 ‘SBS 플러스’는 대규모 응원 행사와 생방송이 함께 진행되는 만큼 참가자들의 안전을 지키고 차질없이 생방송을 진행하기 위해 ‘붉은 악마’ 구역에 한해 미디어 비표를 발급했다”며 “거리 응원 취재를 희망하는 매체에 대해서는 아무 제한 없이 비표를 발급함으로써 자유로운 취재를 허용하고 진행 요원들에게도 취재진에 이런 점을 안내하도록 교육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523명에 이르는 진행 요원 가운데 일부가 이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미숙하게 대응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SBS는 책임이 없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일부 진행 요원의 탓이라는 것이다.
한국 대표팀의 남아공 선전으로 SBS가 얻는 이득은 유형적으로 막대하겠지만, 계속된 SBS의 방송사고와 월드컵에 관해 자신들만이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 행동한다면 무형적인 손실 역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