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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1983년 5월말 어느날 폴란드 크라코프市 공항 입국장 앞, 흰머리의 60대 노인이 터질 듯 붉은 색의 장미 39송이를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실라? 진짜 실라야?”

세련된 옷차림의 50대 후반 여인이 그에게 달려와 안겼다. 두 사람은 헤어진 지 39년만에 만났다. 이 남자 유라세크 빌레키의 손에 들린 장미의 개수는 그들이 헤어져있던 년수 만큼이었다.

1944년 7월 21일 23살 청년이던 폴란드인 빌레키는 나치 친위대 장교 복장을 한 채 유태인 죄수복 차림의 19살 처녀 실라 시불스카를 데리고 아우슈비츠 수용소 정문을 막 통과하고 있었다.

유태인 수만명이 학살당한 아우슈비츠에서 유라세크는 나치군복생산 공장 인부로 일하고 있었다. 폴란드 태생 유태인 실라는 가족과 함께 끌려와 하루하루 죽음의 문턱을 넘기고 있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실라가 끌려온 첫째 날이었다. 수용소 입구에서 유라세크가 막 잡혀온 유태인무리중에서 실라를 발견한 것이다. 두 사람은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실라의 가족은 그날 바로 “깨끗이 씻어야 한다”며 나치가 끌고간 ‘샤워실’에서 가스 샤워를 맞고 숨졌다.

실라는 유라세크가 일하던 공장에 배치돼 일하게 됐다. 유라세크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실라를 살리기 위해 탈출계획을 짰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친위대 장교복을 훔쳐 입고 실라를 죄수처럼 끌고 수용소 정문을 걸어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탈출은 성공했다. 9일을 걸어 크라코프의 유라세크 부모집을 찾아갔다. 실라는 안전한 이웃집 농장 지하창고에 숨겨졌다. 둘은 약속했다, “전쟁이 끝나면 꼭 만나 결혼하자”고.

유라세크는 바르샤바로 가서 레지스탕스가 됐다. 1945년 여름 소련군이 바르샤바를 점령하며 2차대전은 끝났다. 바로 그날 유라세크는 크라코프로 달려갔다. 하지만 실라는 없었다.

불과 한달전 이 도시가 소련군에 의해 해방되자 실라는 유라세크를 찾아 헤맸다. 전쟁이 완전히 끝났다고 여긴 실라는 그가 오지 않자 죽었다고 여겼다. 절망한 실라는 생존 유태인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다.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실라는 유라세크를 죽었다고 여겼고, 유라세크는 그녀의 행방을 전혀 알 수 없었다.

1982년 실라가 처음으로 폴란드를 찾았다. 묵었던 호텔에서 누군가에게 오래된 사랑 이야기를 했다. 듣고 있던 사람이 “그 스토리 나도 아는데”라고 했다. 유라세크는 매년 바르샤바에서 크라코프로 찾아와 실라를 수소문했던 것이다.

1년뒤 공항에서 만난 두 사람의 눈은 뜨여지지가 않았다. 흐르는 눈물이 전혀 멈춰지지가 않았다.

실라가 말했다, “우리 서로 이혼하고 같이 삽시다”. 유라세크가 말했다, “당신만을 사랑해. 그렇지만 아무 것도 몰랐던 자식과 손자들을 버릴 수는 없어”.

실라는 “우린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며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2002년 뉴욕에서 노환으로 숨졌다.

AP통신은 두 사람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탈출한 지 정확히 66년이 되는 21일 “유라세크 빌레키와 실라 시불라스카의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가 이스라엘 야드바셈재단에 의해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사진=AP통신

통신과의 인터뷰에 나선 유라세크의 손에는 젊은 남녀의 흑백사진이 들려 있었다. 바로 20대 초반의 자신과 10대 후반의 실라였다.

“우리는 서로 운명이었습니다. 그때가 다시 돌아온다면 똑같이 그녀를 사랑하고 함께 탈출했을 겁니다”

유라세크 빌레키의 목소리는 89세 노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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