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음지의 악마’ 해커들이 ‘세계의 양심’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26일 보도했다.

미군의 전쟁범죄 관련 정보를 잇따라 폭로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위키리크스(Wikileaks) 구성원 대다수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실력을 지닌 해커 출신들이기 때문이다.

위키리크스 대표로 활동중인 줄리안 아산지는 호주 출신으로 10대 시절부터 해킹 세계의 ‘마에스트로’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그는 수년전 자신의 특기를 살려 세계 주요 분쟁지역 당사국의 기밀정보를 빼내 인터넷을 통해 대중에 공개하는 위키리크스 사이트를 만들면서 유명인사 반열에 올랐다.

아산지는 현재 전세계 각국 진보 시민단체와 양심적인 인사들로부터 한해 수백만달러의 기부금을 받아 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후원인사들에게 아산지와 위키리크스는 기밀 정보의 성역을 걷어내고 장막에 가린 수퍼파워 국가들의 더러운 행태를 폭로하는 ‘행동하는 양심’으로 추앙받는다.

이번 파키스탄 기밀부대의 존재 등을 폭로한 장본인 브래들리 매닝(22) 미 육군 일등병 역시 해커 출신이다. 미군에 입대해 군정보 부서 사병으로 근무하던 매닝은 지난 6월 군 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돼 군법회의에 회부된 상태다.

매닝은 말단 사병임에도 자신의 해킹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군 최고급 기밀에 접근한 뒤 이를 빼내자 마자 위키리크스에 전달했다.

미군이 매닝 일등병을 군 정부부서에 배치한 이유도 그가 최고 기술을 지닌 해커라는 점때문이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맞서고 있는 미군은 매닝을 이들 세력의 점조직 비밀 정보망 해킹에 활용할 의도였던 것이다.

매닝이 위키리크스에 연결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일명 ‘라모(Lamo)'는 한때 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인터넷기업과 미정부 기관 정보망을 제집 드나들 듯 했던 ’해커 대부‘였다.

라모는 매닝 일등병이 빼낸 미 군기밀 9만건의 온라인 서류를 전송받자마자 CD에 빠트리지 않고 담아 위키리크스에 순차적으로 넘겼다.

라모는 위키리크스의 폭로가 있을 때마다 “미국이 세계인들에게 ‘더러운 나라’가 되고 있다”며 공중파 방송 인터뷰에서 목소리를 높이곤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런 라모가 불과 몇 년전만해도 각종 해킹으로 빼낸 정보를 돈만 주면 닥치는대로 팔던 인물”이라며 “그의 과거가 미군의 전쟁범죄보다 깨끗하지는 않아 보인다”고 평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