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지난 3일 밤 11시 30분 경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 연극 ‘오구’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 입구 홀에 마련된 마이크 앞에 주인공 ‘황씨 할매’ 역을 맡은 강부자가 섰다. 곱게 한복은 입은 강부자는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정말 행복합니다. 70살을 넘긴 것도 좋네요. 오늘같은 날도 있고요. 70살이 난 안 오는 줄 알았어요. 70살을 넘겼으니 이제 중간 정리를 하고 앞으로 70년을 시작해야겠어요. (웃음) 몇 년 전에는 70살까지면 (연기를) 할꺼야 그랬는데, 이제는 90년까지 욕심이 생기네요”

이날은 연기 인생 48년을 보낸 배우 강부자의 고희연이 열린 날이다. 많은 배우들이 환갑과 고희를 거치지만, 한 배우를 위해 이같은 자리가 공개적으로 열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다보니 강부자가 연신 고마움을 드러낸 자리에는 공연을 보러온 일반 관객들은 최불암, 이순재, 송승환, 김영옥, 김창숙, 백일섭, 노주현, 김용건 등의 배우는 물론 임영웅 산울림극단 대표,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감독, 김정아 CJ엔터테인먼트 대표, 구자흥 명동국립극장장, 도올 김용옥 교수 등도 자리했다.

이날 고희 축하 건배 제의를 한 임영웅 대표는 “세월이 빨리 지나가서 강부자 씨가 과연 70살인가 생각해보다가도 내 나이를 생각해보니 70이 됐겠구나 싶습니다”고 운을 뗀 후 “1967년이었던가요. 강부자 씨하고 극단이 달라서 함께해 본 적이 없었는데, 한번은 연극 ‘대춘향전’에서 ‘월매’ 역을 부탁한 적 있어요. 그랬더니 ‘사실 아이를 가져서 힘들 것 같다’고 해요. 그때도 왜 내가 그런 망발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절대 공연기간에는 안 나올 테니까 걱정말고 하라’고 했지요. 그러고는 연습 때부터 애가 나오면 어떻게 하나 조마조마했죠. 그 애가 지금 마흔이 넘었지요? 그렇게 해 왔던 연기인데, 아까 슬쩍 물어보니 또 이제 새로 시작하고 싶다고 그러네요. 그럼 140살까지 하겠다는 건데, 꼭 그렇게 되길 기도하면서 건배합시다”라며 강부자의 고희를 축하했다.

70살이 넘어서도 브라운관과 연극 무대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강부자. 그러나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삶에도 불구하고 확인되지 않은 루머 때문에 마음 고생도 심한 인생이었다. 앞으로도 70년을 더 연기하고 싶다는 강부자의 지난 70년 인생은 어땠을까.

연기인생 48년. 젊은 나이에 이미 ‘마님 전문 배우’

젊은 배우들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주연을 꿰차고 있지만, 사실 드라마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이들은 최불암, 이순재, 신구, 김혜자, 나문희 등의 중견배우들이다. 그 중 강부자의 존재는 독특했다. 데뷔 직후부터 강부자는 이미 ‘마님 전문 배우’ 혹은 ‘젊은 중년 배우’라는 희한한 위치에 서게 된다.

1962년 3월 KBS 탤런트 2기로 시작한 강부자는 그해 10월 ‘청기와집’이라는 연극을 했는데, ‘마님’ 역이었다. 다음 해 ‘구두창과 트위스트’라는 작품에서 과부의 중매를 서는 45살 중매쟁이 역을 맡는다. 당시 강부자의 나이 21살. 그 다음해에는 자기보다 25살 많은 故 김동원 씨의 어머니 역을 했다. 그때 손녀 역이 11살 연상의 故 도금봉 씨였다.

이렇게 배우의 길을 시작한 강부자는 48년동안 비록 나이 많은 역이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기 시작한다. 최근 작품만 보더라도 ‘사랑해 울지마’에서는 나이많아도 사랑 앞에서는 소녀같은 모습을 보였고 ‘엄마가 뿔났다’에서는 오지랖 넓은 주책바가지지만 정많은 고모 역할을 소화해냈다.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이나 ‘오구’에서는 눈물 많고 그러나 동시에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는 ‘국민 엄마’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같은 연기는 타고난 자질도 있어야 하지만, 스스로 노력하는 바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미 강경여중 재학 당시 자신이 쓴 각본으로 1인 3역을 소화하며 연극 공연을 해 전교생의 박수를 받은 강부자는 녹화 전날부터 철저하게 준비하기로 소문난 연기자다. 또 마인드 자체도 다르다. 강부자는 시골 아줌마나 주책스러운 역할을 할 때 사용하기 위해 집에 넝마처럼 너덜너덜한 소품들을 갖다놓는다. 거기에는 늘어난 팬티나 구멍난 양말도 있다. 강부자가 한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물론 몸빼 바지만 입으면 된다. 아무도 팬티며 양말까지 일일이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것까지 다 챙겨입는 건 나만의 연기 노하우다. 화면에 보이지 않지만, 몸빼 바지 안에 고무줄 늘어난 팬티를 입으면, 팬티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줄줄 흘러내리기 때문에, 대사를 하면서도 추켜올리게 되고, 구멍 난 양말을 신으면 그게 화면에 잡히진 않아도 연기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발가락을 움츠리게 되고. 그러다보면 주책 맞은 역할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나오게 된다”



이러한 노력은 방송가에서 강부자를 찾게 만들었고, 2002년 상반기에는 KBS 출연 탤런트 가운데 가장 출연료를 많이 받기도 했다. 현재도 몇몇 중견 배우들과 함께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그리고 강부자는 드라마에서 그에게 주어진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해내어 시청자들을 웃고 울리게 만든다.

이는 기본적으로 강부자의 감수성에서 비롯된다. 강부자는 퀴즈프로그램을 보다가도 감격스러운 장면이 나오면 눈물을 흘리고, 자신의 연극 ‘오구’를 소개할 때도 ‘어머니’ 생각이 나 눈물을 흘린다.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제작발표회장에서도 모성애를 이야기하다고 눈물을 흘렸고, 한 한복 패션쇼에서 원로 배우 황정순 옹을 부축하면서도 눈물을 펑펑 흘렸다. 스스로도 “다친 발로 껑충거리며 걷는 비둘기만 봐도 눈물이 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오랜 시간 준비한 노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려 했으니 그 감독의 폭은 이루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강부자도 온갖 루머에 시달렸으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이름 때문에 곤혹스러움을 겪기도 했다.

마담뚜 루머부터 ‘강부자 정권’까지

강부자에 대해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강부자가 재벌이나 권력자들과 여자 연예인들을 연결시켜 주는 ‘마담뚜’라는 루머다. 심지어 소개비를 받고 떼먹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조용히 떠돌던 이 루머가 폭발적으로 대중들에게 퍼진 것은 지난 2006년 현대가의 정대선 씨와 노현정 아나운서가 결혼식을 올리는 자리에 강부자가 하객으로 참석하고서부터였다. 한마디로 정 씨와 노 아나운서의 다리를 놔준 것이 강부자였고, 결혼식장에 등장한 것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강부자가 이날 결혼식장에 하객으로 참여한 것은 故 정주영 회장과의 친분 때문이었다. 강부자는 한때 정 회장이 창당한 국민당 소속으로 제14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강부자를 둘러싼 소문이 생산되었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강부자는 이에 대해 2007년 9월 방송에 나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사람을 소개하는 일이라 생각해 개인적으로 사람을 소개하지 않는다. 사실무근인 이야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시달렸다. 황당함을 넘어서서 가슴이 찍어지는 아픔을 느꼈다”며 “한번은 (재벌한테) 재떨이를 맞아 얼굴을 다쳤다는 소문을 미국서 공부하던 아들이 들었다. 도대체 미국에서까지 그런 이야기가. 아이들도 얼마나 마음이 안 좋았겠냐. 나는 절대로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강부자 본인의 의도는 아니겠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강부자는 또 한번의 엉뚱한 해프닝에 휘말리게 된다. 야당인 민주당 최재성 전 대변인이 이명박 정권의 인사 문제를 지적하면서 ‘강남, 부동산, 부자’의 뜻으로 ‘강부자 정권’이라고 명칭을 붙인 것이다. 이는 ‘고소영’ (고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과 더불어 정치권뿐만 아니라 다수의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강부자는 어느 행사장에서 만난 최 전 대변인에게 “이름을 쓰지 말아달라”라는 부탁을 했고, 최 전 대변인은 이후 사용을 하지 않았음은 물론 퇴임 당시 강부자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사실 이는 이름에서 비롯된 해프닝이지만, 강부자에게 덧씌어진 온갖 루머와 결합되면서 부정적 이미지를 양산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연하남과의 로맨스 꿈꾼다…“신사임당상 받고 싶어”

강부자는 3일 고희연에서 인간미 넘치고 터프한 사람들과의 로맨스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부자는 데뷔 후 1963년 작품 ‘한양낭군’에서 괴로군으로 나와 국군장병과 사랑을 나누는 작품 외엔 멜로극 여주인공에 출연한 적이 없다. 그래서 아직도 로맨스를 꿈꾼다. 그러나 연기자로서 이런 로맨스를 꿈꾼다면 현실에서의 강부자는 전혀 다른 대중의 인식을 바란다.

“꿈이라면 건강하게 연기하는 겁니다. 그리고 ‘연기대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신사임당상’ (어머니의 표상인 신사임당의 얼울 후손에게 길이 전하고자 주부클럽에서 마련한 상)을 받는 거에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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