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과학적 신학’의 영역을 개척해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알리스터 맥그래스(57) 영국 킹스칼리지 교수가 12일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물리학 법칙 자체가 무에서 유를 만들 수는 없다”며 ‘우주는 신의 창조가 아니라 중력 법칙으로 만들어졌다’는 스티븐 호킹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중력 법칙이나 물리학 등은 어떤 조건에서 발생한 결과에 따른 설명일 뿐이지 법칙 자체가 특정 세계를 창조할 수는 없다”며 “이 같은 점에서 호킹은 과학적 무신론자들이 주장해온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만들어진 신’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와 같은 과학적 무신론자들은 모든 자연현상에는 신의 존재 개연성이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호킹 역시 이의 계보를 잇고 있다는 것이다.
맥그래스 교수는 지난 9일 출간된 스티븐 호킹의 ‘위대한 설계’에 대해 “호킹의 분석은 실망스럽게도 가장 중요한 점에서 약한 점을 보여줬다”며 “호킹은 빅뱅이론이 물리학 법칙의 필연적인 결과라고 주장해 아무 것도 없던 무에서 우주가 창조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는 그가 우주설계의 존재와 자연법칙을 혼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호킹은 과학을 지나치게 과장되게 부풀려 오명과 악평의 과학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영국 왕립연구소장을 지낸 수전 그린필드 옥스퍼드 링컨대학 교수는 최근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호킹 박사처럼 과학 이론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물리학자들이 토론을 봉쇄하며 탈레반처럼 행동한다고 혹평했다.
그린필드 교수는 "과학이 (일부 학자들의) 우쭐거림과 안일함에 종종 시달린다"면서 영국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의 말을 인용,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사람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린필드 교수는 이어 "과학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것은 호기심과 열린 마음이지 안주나 오만이 아니다"며 "과학자들이 탈레반 식으로, 스스로 모든 해답을 갖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불쾌하다. 이는 과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호킹 박사를 향해 "모든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주장을 펴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어떤 것에 확정적인 답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가 최근 저서를 통해 '신이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데 이어 "과학이 신을 불필요하게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호킹 박사는 10일 CNN '래리 킹 라이브' 인터뷰에서도 "신이 존재할 수 있지만 과학은 창조자의 도움 없이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을 거듭 피력했다.
특히 "과학이 종교의 영역이었던 문제들에 대해 답을 내놓고 있다"며 "과학적 설명은 완벽하다. 신학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호킹 박사는 아울러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미래로 가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자신의 이론이 들어맞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