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톡톡] 허름한 자전거 위에 어마어마한 양의 물건을 쓰러질 듯 쌓아올린 장면은 종종 중국을 조롱하는 소재로 활용되곤 했다. 위태로운 모습은 “못사는 나라는 어쩔 수 없다”는 비아냥거림과 함께 중국에서 벌어지는 후진 문화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장면에 따뜻한 시선이 더해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세계적 디자인 사이트 ‘디자인붐’은 이달 초 중국의 엽기적인 모습을 담은 일명 ‘대륙 시리즈’를 예술로 승화한 작품을 소개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디자인 붐 사이트에 올라온 ‘토템 시리즈’는 이달 25일까지 프랑스 파리의 한 갤러리에서 열리는 프랑스 사진작가 알랑 델롬의 전시회를 소개하는 게시물이다. 소개된 지 좀 지났지만 23일 현재까지도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퍼지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알랑 델롬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상하이에서 머물며 중국인이 자전거나 오토바이, 수레에 물건을 쌓아올려 옮기는 장면을 렌즈에 담았다.
작가는 이 같은 장면에서 위대한 영웅과 열심히 땀 흘리는 일개미의 모습을 동시에 포착했다.
전선주에 닿을 만큼 꽃을 실고 자전거 페달을 밟는 아저씨, 대강 세 봐도 100개가 넘는 의자를 손수레에 실고 옮기는 짐꾼, 세발자전거에 뒤편에 박스 수십 개를 위태롭게 쌓아올린 아주머니, 십자가 모양으로 생수 병을 가득 실은 청년. 제 몸의 세 곱절은 돼 보이는 양의 플라스틱 돼지 인형을 C자로 엮어 손에 들고 있는 청년 등은 영웅이라고 칭송 할 수밖에 없는 놀라운 장면이다.
또 사진에 포착된 맑은 하늘과 역동적인 중국인의 얼굴, 형형색색의 짐들이 어우러져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절로 터트리게 한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블로그 등에 토템 시리즈를 퍼 나르며 “중국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생겼다”고 호평했다.
일부는 “중국에서 (사진 속 장면처럼) 맑은 하늘을 본 적이 없다. 포토샵(사진을 편집하는 프로그램)으로 다듬은 작품”이라고 비하했다. 하지만 “포토샵이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냐. 이 작품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