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서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시작된 11일 오후 10시30분쯤 회의장인 서울 삼성동 코엑스 동문 앞에서 키 155㎝정도에 몸이 마른 김모(38·여)씨가 시너를 몸에 뿌리고 분신하려다 붙잡혔다.
‘AX’라고 수놓인 회색 야구 모자를 쓰고 나타난 김씨는 검정색 등산용 배낭에서 1ℓ 크기의 흰색 플라스틱 용기를 꺼내 뚜껑을 열고 몸에 붓다 경비원 3명에게 제압당했다. 이 과정에서 주저앉은 김씨는 왼손에 휴대용 라이터를 꼭 쥐고 뺏기지 않으려 했다. 용기에 있던 시너는 모두 쏟아졌다. 대리석 바닥은 1.5㎡(0.5평) 정도 얼룩졌고 시큼한 냄새가 진동했다.
김씨는 연갈색 면바지, 목을 감싼 연푸른 티, 연회색 점퍼, 검정 운동화 차림으로 시너를 뿌리기 전까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김씨는 서울 강남경찰서에 연행돼 조사 받으면서도 ‘용산참사’ ‘천안함’ ‘노무현’ ‘정치깡패’ 등의 말을 두서없이 나열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은 김씨를 정신병원으로 이송했다.
같은 시각 코엑스 주변에서는 1인 시위가 산발적으로 벌어졌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코엑스 동문 건너편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 인도에서는 미국인 조너선 리(한국명 이승민·13)군이 영어와 한국어로 ‘한국전쟁종식 평화협정, 한반도 비핵화, DMZ 어린이 평화숲을 만들어 주세요’라고 적은 소형 현수막을 목에 걸고 있었다. 조너선 리군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하는 메시지”라고 했다. 환경운동가로 알려진 조너선 리군의 아버지는 한국계 미국 시민권자며 어머니는 미국인이다.
오전 10시50분쯤 코엑스 동문에서 20m 정도 떨어진 인도에서는 20대 캐나다인 남성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며 영어로 ‘RECESSION IS THE MEDICINE’(불황이 약)이라고 적은 가로 40㎝, 세로 50㎝ 정도 크기의 흰색 종이를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캐나다인 남성을 경호안전구역 밖으로 내보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1인 시위는 행사에 방해가 될 수 있어 경호안전특별법에 따라 경호안전구역 밖으로 강제 격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인 남성은 자신의 오토바이를 타고 집이 있는 경기도 성남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조너선 리군은 경찰관 십여명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G20 회의 기간 한전 앞을 담당하는 서울 강동경찰서 관계자는 “캠페인성이고 위해 가능성도 없어 놔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