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단행된 삼성그룹 인사에서 단연 이목을 끈 건 이부진(40) 호텔신라·에버랜드 전무다. 이 전무는 부사장을 건너뛰고 곧바로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됐고, 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과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까지 겸하게 됐다. 이재용 부사장의 승진은 ‘젊은 인재론’에 비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지만 이 전무의 두 계단 승진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삼성 측은 이 신임 사장의 승진에 대해 ‘성과주의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인용 커뮤니케이션 팀장(부사장)은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의 수익성 개선 등 사업구조를 고도화시켰고 미래전략 제시, 혁신 노력 등이 인정돼 사장으로 발탁됐다”고 말했다.
이 신임 사장은 2001년 8월 호텔신라 기획부장으로 입사해 2005년 경영전략담당 상무, 지난해 전무로 올라서며 호텔과 면세점 사업을 이끌었다. 호텔신라 매출은 2002년 4157억원에서 연평균 17% 성장해 올해 1조4500억원(예상)으로 늘었다.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2002년 13.3%에서 올해 29%까지 확대됐다. 2008년 인천공항 면세점에 진출한 이후에는 매출 규모 세계 7위의 면세사업자로 도약했다.
특히 최근에는 인천공항에 세계 최초로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매장을 유치하면서 특유의 추진력을 인정받았다. 에버랜드는 올해 사상 첫 매출 2조원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오빠인 이 부사장이 1991년 12월 삼성전자 총무그룹에 입사한 이후 만 19년 만에 사장을 단 것과 비교하면 이 전무는 4년 빨리 같은 직급에 올랐다. 이 전무의 영역이 예상을 뛰어넘어 빠르게 확대되자 재계 일각에선 후계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형제간 경쟁을 거쳐 차기 그룹 총수로 낙점됐던 일을 언급하며 “이 전무가 지금과 같은 탁월한 경영 성과를 계속 보여준다면 경영권을 이어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사장 위주로 움직이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후계구도를 흔들 만큼은 아니더라도 둘 사이의 역학관계가 주목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신임사장은 남편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 사이에 1남(3살)을 두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