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올 한해 방송 시사 교양은 대형화와 축소가 동시에 이뤄졌다. 시청자들을 감동시키는 다큐멘터리는 점점 세계의 오지를 찾으면 감동과 충격을 주었지만, 정작 국내외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불평등하고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는 시사 프로그램은 시청률과 수익 등의 이유로 폐지되거나 조정됐다.

◇ 평균 10억원대 제작비…지상파, 다큐 전쟁

2008년 초까지도 사람들에게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특정 이슈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만 보는 장르로 인식됐다. 마치 독립영화같은 느낌을 줬고, 이는 상업영화 지향성을 가진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그러던 중 2008년 한 다큐멘터리로 인해 지각 변동이 생겼다. 당시 국내외 방송 관련 각종 상을 휩쓸어 명실공히 2008년 최고의 방송 프로그램으로 공인받은 ‘차마고도’다.

이후 다큐멘터리 장르는 봇물 터지듯 시청자들과 만났다. EBS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한반도의 공룡’은 16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국내 CG 기술로 실감나는 한국산 공룡을 만들어내며 호평을 받았다.

이러한 분위기에 쐐기를 박으며 결국 2010년 다큐멘터리 전쟁을 이끌어낸 것은 바로 2009년 MBC 창사 47주년 특별기획으로 20억원이 투입되어 제작된 ‘북극의 눈물’이다. 환경 다큐멘터리의 계몽적 자세를 고집하지 않은 ‘북극의 눈물’은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극장판으로도 나왔었다. ‘북극의 눈물’과 함께 인류 음식의 문명사를 되돌아본 KBS ‘노들로드’도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리고 2010년 지상파들은 본격적인 명품 다큐멘터리 만들기에 나섰다.

SBS는 9억원의 제작비와 13개월의 사전조사 그리고 300여일의 현지 촬영을 통해 ‘최후의 툰드라’를 선보였고, MBC는 ‘북극의 눈물’에 이어 ‘아마존의 눈물’을 선보이며 또다시 두자릿수 시청률과 극장판으로 시청자와 관객들을 모두 사로잡았다. 또 ‘지구의 눈물’ 시리즈 세 번 째인 ‘아프리카의 눈물’ 역시 12억의 제작비와 12개월의 사전조사, 307일간의 현지 촬영이라는 배경에 걸맞게 3일 첫 방송에서 호평을 받으며, 높은 관심을 끌었다.

‘차마고도’와 ‘누들로드’ 이후에 이렇다할 명품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KBS도 제작비 9억원 촬영기간 210일을 소요해 그동안 다큐멘터리의 소재로 다뤄지지 않은 아무르강을 보여줄 예정이다.

지상파 TV 다큐멘터리의 원조인 EBS는 3D로 승부수를 띄웠다. EBS가 내년 1월 초 방송을 목표로 준비 중인 2부작 ‘앙코르 문명’은 항공 촬영을 제외하면 모든 장면이 3D로 제작된다. 제작진은 앙코르와트의 과거와 현재를 담기 위해 3D 실사 촬영과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했다. 총 제작비는 8억5000만원으로 제작비와 별도로 3D 장비를 구축하는 데 4억원이 추가로 들었다.

이같은 평균 10억원대의 제작비와 길고 긴 촬영일, 그리고 나날이 진보되는 촬영 장비로 인해 시청자들은 광활한 지구 곳곳의 모습을 안방에서 느낄 수 있게 됐으며, 이러한 분위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폐지-위축, 시사 프로그램들의 수난기

시사 프로그램이 비단 올해 뿐 아니라 정권 교체 후 끊임없이 위기감이 제기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 방송 3사 중 공영성의 의미가 그나마 살아있다고 평가받던 MBC마저 공영성을 포기하는 길을 걷고 있어, 방송 시사 프로그램으로서는 최악의 해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9월 MBC는 시사보도 프로그램 ‘후 플러스’와 ‘김혜수의 W’를 폐지했다. 동시에 ‘주말의 명화’ ‘음악여행 라라라’ 등 8개 프로그램을 같이 폐지하며, 그 자리에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여배우의 집사’ ‘아름다운 콘서트’ 등 6개의 신설 프로그램을 배치했다. MBC 경영진 측은 “적자를 내는 프로그램을 유지하기보다는 국내 소외 계층에 눈길을 돌리는 ‘저비용 고효율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이런 조치로 인해 MBC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시사매거진 2580’과 ‘PD 수첩’만 남게 됐고, 평일 프라임 타임대 오락비율은 53%에서 57.6%로 수직 상승해, 상업 방송인 SBS의 56.3%보다도 높게 됐다. 공영방송이 공영성을 포기했다는 주장은 여기에서 나온다.

이는 지난 2009년 가을 KBS와 비슷한 모습이다. 당시 KBS는 12개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14개를 신설하면서 공익성-공영성 강화와 가족-소외계층 프로그램 개발을 강화했다고 편성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생방송 시사투나잇’ ‘생방송 시사360’ ‘미디어 포커스’ 등이 퇴출당하고, ‘생방송 세계는 지금’ 개그맨 남희석 진행의 ‘일요일 밤으로’ 등이 개설됐다.

폐지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가 방영하지 못할 뻔한 일들도 수시로 벌어진다. 독립적인 언론 기능을 갖춰야 할 제작진이 경영진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을 비판한 PD수첩은 정상적으로 방영되지 못하다가, 겨우 시청자들과 만났다. 당시 일부 용어 수정, 사장의 사전 시사 등의 이유로 마찰을 빚은 것. 이는 MBC 김재철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친밀한 사이이며, 이 정부가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4대강 사업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이미 친정부 코드로 전환한 KBS도 자사의 시사프로그램인 ‘추적 60분’에 대해 끊임없이 개입했다. 지난 8월 ‘추적60분’ 제작진 측은 지난 16일 “특종보도 준비 중에 시사제작국장에 의해 아이템이 엎어지는 KBS 사상 초유의 비상사태가 발생했다”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내용인 즉, 지난 6월말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막말 동영상’을 입수해 오는 18일 방영할 예정이었으나 소속 국장의 반대로 불방위기에 처했다는 것. KBS 측은 이에 대해 “통상적인 사전 협의를 거쳤을 뿐 제작진의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에 나섰지만, 설득력을 얻지는 못했다. 또 11월에도 ‘천안함 의문, 논란은 끝났나’ 편이 진통 끝에 겨우 방송을 탔다. 당시 제작에 참여한 심인보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밤 저와 강윤기 PD가 제작한 ‘추적 60분’ 천안함 편에 BBC다큐 등이 이중 편성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분노가 목구멍까지 차올라 쏟아지기 직전”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었다.

결국 시사 프로그램의 방향이 서민의 삶을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어느 정도 무난하게 방송이 되지만, 정부 비판적일 경우에는 방송까지 산고의 고통을 겪어야하고, 아예 프로그램 폐지까지도 각오해야 되는 시기인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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