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이거 우리 정당을 가지고 얘기하는 거 아닙니까.”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그리는 SBS 수목드라마 ‘대물’이 첫 방송되자마자 정치계가 술렁거렸다. 극본 전개 및 캐릭터를 현실 정치에 빗대어 표현한 게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그만큼 ‘대물’이 국내 정치 현실을 민감하면서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주연배우 고현정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과 밀도 있는 전개 및 인물 묘사로 방송계에 ‘정치 열풍’을 몰고 온 ‘대물’. KBS가 ‘야망의 전설’ ‘태조왕건’ ‘해신’ ‘장보고’ ‘전우’ 등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다져온 실력파 배우 최수종을 차기 대통령으로 앞세워 수목극 1위 ‘대물’의 아성에 도전한다.
오는 15일부터 KBS 2TV를 통해 방영되는 새 수목드라마 ‘프레지던트’와 ‘대물’은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빈번하게 비교되며, 누가 수목극 최강자가 될 것인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프레지던트’는 ‘대물’보다 앞서 편성을 확정지었으나, ‘대물’이 SBS를 통해 먼저 전파를 타면서 후발주자가 됐다. 이로 인해 ‘프레지던트’는 ‘대물’을 뛰어넘어 기존에 보지 못한 색다른 정치계 혹은 사실적 캐릭터 묘사를 통한 흡입력을 보여줘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일단 캐릭터 싸움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 ‘프레지던트’는 3선 의원이자 여당의 젊은 정치인 ‘장일준’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장일준’ 역을 맡은 최수종은 ‘대물’에서 아나운서 출신이자 가정주부로 다시 국회의원에서 대통령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입고 벗으며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 고현정을 뛰어넘는 연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대물’은 여성 대통령이라는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독특한 소재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초반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이에 비해 ‘프레지던트’는 일반적으로 볼 수 있었던 대통령, 정치계의 모습을 다뤄 좀 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 ‘프레지던트’는 밋밋한 정치계 이야기에 맛깔을 더해줄 인물로 ‘조소희’(하희라)를 그려넣었다. 기존에 주로 봤던 대통령의 이야기가 아닌 영부인의 삶도 조명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줄 수 있을 전망이다.
9일 오후 서울 삼성동 라마다서울호텔에서 열린 ‘프레지던트’ 제작발표회에서 KBS 관계자는 “정치 드라마는 고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신선하고 젊은 드라마라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출을 맡은 김형일 PD는 ‘대물’과의 경쟁에 대해 “일단 시청자에게 다양한 소재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운을 뗀 뒤 “‘프레지던트’는 4~5년 전부터 기획됐으나 현실적으로 대통령 이야기로 겹치게 됐다. ‘프레지던트’는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 그의 부인과 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가족드라마다. 우리와 먼 사람이 아닌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서 이해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것이다. 이에 비해 ‘대물’은 멜로 라인이 강조됐다고 생각한다”고 ‘대물’과의 차이점에 대해 밝혔다.
이어 “우리 작품이 ‘리얼하다’는 것은 정치계를 다뤄서 그런 게 아니다. 갈등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단순히 마냥 선으로만 기운게 아니라 악한 사람도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으로서 묘사된다는 점에서 리얼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드라마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이 드라마가 방송이 됐을 때 우리나라에도 저런 대통령이 나왔으면, 가까운 미래에 나타났으면 하는 염원을 담았다. 우리 드라마가 정치인과 국민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한다”고 밝혔다.
고영탁 KBS 드라마 국장은 “대통령 선거 과정을 다루는 이야기, 대통령이 되는 이야기는 우리가 할 것이라는 생각을 지난해까지만 해도 쉽게 생각하지 못했다. ‘대물’도 그렇지만 대통령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드라마 소재 면에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 소재를 다룬 드라마를 KBS를 통해 방영할 수 있다는 것도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응원을 부탁했다.
‘프레지던트’ 제작진은 다양한 비유 및 극 전개를 통해 현실 정치에 대한 질타와 반성, 미래 정치에 대한 이상적 그림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이외에도 ‘프레지던트’는 실제 부부이자 19년 만에 동반 출연하는 최수종과 하희라의 연기 호흡도 볼거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정치계에 몸을 담았던 배우 정한용은 미래당 출신의 현 대통령 ‘이수명’ 역을 맡아 사실감 넘치는 연기에 도전한다. 인기 그룹 슈퍼주니어의 성민과 트랙스의 제이도 극 전개에 얼마나 힘을 실어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