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부터 계란에 산란일자와 유통기한 표시가 의무화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계란 제품 위생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3월 12일 신문과 방송에 보도된 내용이다. 이 기사를 기억하고 계란마다 산란일자가 찍혀 있겠거니 하며 시장에 나가면 당황할 것이다. 2011년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산란일자나 유통기한이 있는 계란보다 없는 계란이 부지기수로 많다. 농식품부가 당초 방안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작심하고 양계업자들을 향해 빼든 ‘규제의 칼’을 슬그머니 칼자루에 집어넣은 이유, 뭘까.

<계란전쟁: 소비자 권리 vs 규제 철폐>

농식품부가 추진한 계란 산란일자 표시 의무제는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농식품부 위생안전과 관계자는 “위원회가 산란일자 표시는 농가 규제만 늘어날 뿐 효과가 없다는 의견을 내서 위생관리 대책을 일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세계 어느 국가도 계란의 산란일자 표시를 의무화하지 않아 부결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유통업자는 농장에서 주는 정보만 믿고 산란일자를 표시해야 하는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양계업자들도 산란일자 표시를 껄끄러워 했다. 서울우유가 자발적으로 제조일자를 표시하지만 이 또한 착유일자가 아닌 포장일자고, 포장육도 도축일자가 아닌 포장일자를 표시하는데 왜 굳이 계란만 산란일자를 표시해야 하냐는 이유다.

업계의 반발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서울우유가 성공한 이유가 뭐냐. 소비자들의 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계란이 한 발 앞서 나가는 것을 굳이 규제라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계란은 이제껏 제조일자도, 유통기한도, 포장 의무도 없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사각지대 안에서 계란은 소비자의 손에 닿기까지 몇 달씩 집하장 냉장고에 보관되기도 했다.

농식품부 위생안전과 관계자는 “계란은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힘든 품목이다. 닭이 늘 일정하게 알을 낳기 때문에 수요가 떨어져도 공급을 줄일 수 없다. 특히 아이들 방학 때 계란 값이 떨어지는데 이때 일부 GP센터(계란 집하장)는 최대 2개월까지 냉장고에 계란을 보관했다가 시중에 풀곤 했다”며 산란일자 표기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비록 산란일자는 표시되지 않지만 계란의 유통기한과 포장 의무화, 유통 판매업소 등록제 등은 그대로 추진된다. ‘계란제품 위생관리 종합대책’은 당초 계획보다 연기돼 4월 1일 발효된다. 한국인 1명이 지난해 1년 동안 소비한 계란은 약 215~220개(한국계란유통협회 추산). 사흘에 두 번 꼴로 식탁에 오르는 친숙한 계란이 이제야 정부 관리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한번 삶았을 뿐인데…계란, 익히면 담당 부처가 달라진다>

여기서 돌발 질문 하나. 농식품부 소관인 달걀을 익히면 어느 부처 소관일까. 삶거나 구운 달걀은 가공식품이어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규제한다. 다음은 아이스크림. 우유가 든 아이스크림은 농식품부 소관이지만 ‘쭈쭈바’처럼 우유 성분이 없는 빙과류는 식약청이 관리한다. 그럼, 날달걀과 구운 계란이 같은 상자에 담긴 제품이 나온다면? 아마 공무원들 사이에 논란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농식품부와 보건복지부 산하 식약청의 경계에는 여러 식품이 존재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제껏 계란이 누구 영역이냐를 놓고 식약청과 농식품부 사이에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계란에 대해선 누구도 손을 못 댔다”고 털어놨다. 농식품부와 식약청이 관리하는 식품의 차이는 축산물(또는 축산물 가공식품)이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약품을 제외한 일반적인 식품은 식약청이 관리하되 축산물과 축산물 가공식품만 농식품부 소관이다.

그러나 두 부처의 규제 방법은 비슷하다. 대다수 식품에 유통기한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업체가 유통기한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다. 1994년까진 정부가 일괄적으로 식품마다 유통기한을 지정했으나 식품 제조법과 유통 과정이 다양해지면서 같은 제품이라도 유통기한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 막 규제의 링에 오른 계란업체들은 짧게는 2주, 길게는 4주로 유통기한을 정해 농식품부에 보고했다. 냉장유통이냐, 상온유통이냐에 따라 유통기한이 달라지지만 이를 감안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이럴 때는 소비자가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다. 슈퍼마켓 등에서 계란을 구입할 경우 상온보다는 냉장고에 놓인 계란을 장바구니에 넣는 게 좋다.

풀무원 계란사업부 관계자는 “업체에서 냉장 유통을 하더라도 소규모 매장에서 실온에 계란을 보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것을 감안해 상온에서 보관되는 달걀은 산란일자로부터 15일, 냉장 전용란은 20일을 유통기한으로 잡았다. 자체 실험 결과 냉장 보관할 경우 산란일자로부터 25일까지는 품질이 85%까지 유지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유통기한: 수입 맥주엔 있고, 국산 맥주엔 없다>

계란 말고도 많은 제품에 유통기한 또는 제조일자 표시가 의무화돼 있다. 그러나 식품 겉면에 ‘○○년 ○○월 ○○일까지’라고 적혀 있다 해서 모두 유통기한은 아니다.

통조림, 잼, 김치, 젓갈류 등은 유통기한 또는 품질유지기한이 표시된다. 품질유지기한은 식품의 특성에 맞는 기준에 따라 보관할 경우 고유 품질이 유지될 수 있는 기한이다. 이는 특정 시점이 지나면 판매가 중지돼야 한다는 유통기한보다 규제가 덜하다는 의미다. 도시락,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등 쉽게 상하는 식품은 유통기한과 제조일자를 함께 표시한다.

유통기한이 없는 식품도 있다. 설탕, 소금, 빙과류, 아이스크림, 껌, 주류(탁주 약주 등 일부 제품 제외)가 그렇다. 소금, 설탕에 유통기한이 없는 것은 수긍이 되는데 아이스크림이나 주류는? 특히 발효주인 맥주는 증류주와 달리 오래 될 경우 이물질이 끼어 유통기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맥주는 주세법에 따라 유통기한 대신 품질유지기한이 표시된다. 품질유지기한이 지난 제품은 판매해도 식품위생법에 따라 처벌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제도다.

한국소비자원 김규선 식품미생물팀 차장은 “맥주 이물질이 건강에 해롭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더라도 불쾌해진 소비자 심리 상태에 따라 복통이 일어날 수 있다”며 “4년 전쯤 맥주 업체에 유통기한 표시를 건의했더니 유통기한 지난 맥주를 회수하고 파기하는 데 상당한 돈이 들어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산 맥주와 달리 수입 맥주엔 유통기한이 있다. 같은 슈퍼마켓 냉장고에 진열된 맥주라도 ‘하이트’는 주세법(기획재정부 소관)에 따라 품질유지기한을, ‘호가든’은 식품위생법(식약청 소관)에 따라 유통기한 또는 품질유지기한을 표시하는 것이다.

반면 독일 등 일부 선진국에선 맥주 유통기한 표시가 의무제다. 우리나라 맥주도 이런 국가에 수출할 경우 유통기한을 표시한다. 일부 업체에서 1년 이상 묵은 맥주를 자체적으로 수거하기도 하지만 저인망식 회수여서 정확하지 않다. 이물질 없는 맥주를 먹으려면 눈을 크게 뜨고 품질유지기한을 따질 수밖에 없다.

<로션에 있는 제조일자, 마스카라엔 없다.>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이 식품에만 필요한 건 아니다. 타이어, 화장품, 의약품도 제조일자 등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특히 노후화된 타이어는 안정성이 떨어진다. 새 타이어라도 시간이 지나면 고무가 딱딱하게 굳어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암만 뒤져봐도 새카만 타이어의 제조일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대다수 타이어는 미국 운수국 안전규정에 따라 제조일자를 암호처럼 옆면에 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암호를 해독하자. 타이어 업체가 불친절하더라도 내가 똑똑하면 된다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타이어를 살 때 찬찬히 옆 부분(사이드 월)을 살펴보면 ‘DOT XXXXXXX 1210’ 같은 표시가 있을 것이다. 이때 마지막 4자리를 뒤부터 읽어야 한다. 예를 들어 ‘1210’이면 2010년 12주째에 생산된 제품이란 뜻이다. 제조한 지 3년이 지난 타이어는 노화될 가능성이 있어 구입하지 않는 게 좋다.

‘화장품법’은 더욱 모순투성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유통기한 대신 제조일자 표시만 의무화돼 있다. 이마저도 용량 15g 또는 15㎖ 이하인 제품이 주류인 마스카라, 립스틱, 샘플 화장품 등은 규제의 사각지대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개봉 후 마스카라와 아이라이너 권장 사용기간은 6개월, 기초화장품 12개월, 그 외 메이크업 제품 18개월”이라며 “개봉 전 화장품의 유통기한은 30개월이 적정하다”고 했다.

다만 비타민C, 토코페롤(비타민E), 레티놀(비타민A), 과산화화합물 등의 성분이 포함된 화장품은 쉽게 변질될 수 있어 사용기한 표시가 의무화돼 있다. 따라서 화장품을 구입할 때 ‘비타민 듬뿍 담긴 화장품’ 등의 홍보 문구가 있다면 깨알같이 적혀 있는 성분명에 돋보기를 들이대서라도 차근차근 읽어야 한다. 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선 화장품 유통기한 표시가 의무다.

의약품도 유통기한을 꼼꼼히 봐야 한다. 약품 포장 겉면에 유통기한이 표시돼 있지만 조제약은 유통기한을 알 턱이 없다. 가벼운 증상일 경우 예전에 조제한 약을 다시 먹고 싶어도 유통기한을 알 수 없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은 약사가 조제 시 의약품별 제조일이나 유통기한을 의무적으로 기재하는 ‘약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지난해 7월 발의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참고 사항. 항생제 등 약을 함부로 버리면 생태계를 교란시키거나 환경을 파괴할 수 있다. 따라서 약을 버릴 때는 수고스럽더라도 약사를 찾아가 돌려주자.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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