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미다스의 손’ 강우석이 다시 한 번 일을 낼까.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의 삽을 뜬 <실미도>부터 지난해 <이끼>로 330만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명실상부 ‘흥행 메이커’로 평가받고 있는 강 감독. 이번에는 28년 만에 드라마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충주 성심고 야구부원들의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글러브>를 통해 스포츠영화의 흥행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각오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글러브>는 청각 장애를 가진 야구부원들의 열정을 드라마틱하게 녹여내 감동 신화에 도전한다. 잦은 폭행으로 물의를 빚는 프로야구선수 ‘김상남’과 충주 성심고 음악교사 ‘나주원’을 맡은 배우 정재영과 유선 못지않지 않은 중요 인물이 있다. 바로 극의 중심을 끌고 가는 투수 ‘차명재’다. 매의 눈을 가진 강 감독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역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아역배우 출신 장기범(21)이다.

중학교 1학년 시절 EBS 어린이 드라마 ‘깡순이’ 출연을 계기로 ‘영웅시대’ ‘사랑과 야망’ ‘점프2’ ‘비밀의 교정’ ‘내 남자의 여자’ 등 브라운관에서 활약했으며, 영화 <6월의 일기> <홍길동의 후예> 등 여러 장르의 작품을 거치며 스크린에서도 연기 경험을 쌓았다.

<글러브>에 캐스팅되기 전에는 군 입대를 준비하면서 숨 고르기를 하던 중이었다. 연기자의 상당수가 활동을 하다가 서른이 다 돼 입대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시기다. 장기범은 군 입대를 고려하게 된 배경에 대해 “다른 이미지를 쌓기 위한 시간을 갖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는 아역배우 출신 연기자가 풋풋하고 어리기만 보이는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어 하는 고민과 맞닿아 있었다.

“중학교 시절 출연한 <깡순이>로 인해 가끔 알아보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여러 번 캐릭터를 바꾸면서 연기를 했지만 아역 이미지가 겹치다 보니 성인배우라는 느낌이 쌓이지 않더라고요. 아역배우 출신들이 고민하는 그런 것을 저도 겪게 된 거죠. ‘순풍산부인과’로 인기를 모았던 ‘미달이’ 김성은 씨가 출연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저는 어느 정도 공감했거든요. 아역배우들이 성장하면서 ‘성인 연기에 도전한다’고 하는데 저는 이것을 ‘연기를 표현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나이를 듦에 따라 성숙해지기 마련인데 아역배우라는 틀 안에 가둬서 보시는 것 같아서요. 어엿한 배우로 인정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군 입대를 준비하다가 우연히 만난 <글러브>. 아역배우 출신으로서 품었던 장기범의 고민은 이 작품을 통해 말끔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중학교 야구계를 주름잡던 에이스 투수였다가 후천적 청각 장애로 추락한 선수 ‘차명재’. 지난 3개월 동안 피나는 야구 연습과 수화 등으로 완성시킨 캐릭터는 장기범에 의해 스크린에서 빛난다. 청각 장애로 어눌한 발음을 구사하는 장면부터 투수로서 빠른 직구를 던지는 모습까지 어느 장면 하나 어색한 부분이 없다. 연습한 흔적이 역력히 느껴졌다. 연출력 좋기로 소문난 강우석 감독을 만나 성인배우로서 거듭날 준비를 마친 것이다. 이만하면 강 감독이 왜 그를 가장 비중 있는 야구선수로 캐스팅했는지 납득이 된다. 장기범은 강 감독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털어놨다.

“대단한 작품을 만든 감독님과 함께 작업한다고 하니 정말 기뻤습니다. 게다가 ‘차명재’ 역할은 정말 도전해보고 싶었던 캐릭터였거든요. 제 연기가 많이 미숙했을 텐데도 불구하고 한 번도 꾸짖지 않으셨어요. 늘 이해심을 갖고 저를 대해주셨죠. 궁금한 게 있으면 못 참는 성격이라 강 감독을 찾아가 괴롭혔거든요. 의문이 날 때마다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는지 자주 물어봤죠.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감독님을 괴롭힐 정도로 찾아가 질문을 한 사람이 제가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어찌나 죄송스럽던지. 제 모습이 당돌하게 느끼셨을 수도 있는데 마음으로 품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장기범은 역할이 배정되기 3개월 전부터 특수 훈련을 받았다. ‘차명재’ 배역은 촬영 한 달 전에 떨어졌다. 단 한 달 만에 완벽한 투수로 거듭나기 위해 고난이도 극기 훈련으로 야구를 몸에 익혔다. 강우석 감독이 장기범에게 요구한 것은 “김광현(SK) 선수 폼으로 던져봐라”였단다.

“공을 잡고 던지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제가 몸이 유연하지 못해서 자세도 어정쩡했고요. 감독님께서 투구 동작을 크게 하라고 하셨는데 그때 요구하신 게 ‘김광현 폼으로 해봐’ 라는 것이었어요. 그냥 던지는 것도 어려운데 정말 막막했습니다. 전담 코치께도 여쭤봤더니 보폭이 크고 발을 높이 드는 선수라 흉내내는 것도 어려울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잘 표현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노력하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김광현 선수 발톱만큼이라도 닮게 보셨으면 하는데 어땠을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무리한 연습과 운동이 결국 화를 자초했다. 오른쪽 어깨 근육이 세 군데나 찢어진 것이다. 그것도 고난이도 기술까지 구사하는 경기 장면 촬영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당장 휴식을 취해도 회복이 더딘 마당에 촬영해야 하는 상황에 물러설 수 없는 일이 생긴 것이다. 그렇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주사를 맞고 약을 먹으면서 이를 악 물고 촬영에 임했다. 정신력과 오기로 그렇게 ‘차명재’는 완성됐다.

“어깨를 무리하게 써서 공을 던져 그런지 어깨 근육이 손상됐다고 하더라고요. 팔을 들고 있는 것도 힘들어서 저나 스태프 모두 걱정이 많았죠. 강 감독님도 ‘이제 와서 바꿀 수도 없고 어쩌냐’며 당황스러워 하셨고요. 저 때문에 촬영을 쉴 수 없어서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했어요. 물리치료 받고, 주사를 맞고 순간적으로 했지만 그때 뿐이었죠. 근데 다른 배우들도 다들 고생이 많아서 아픈 내색을 할 수 없었어요. 정말 한 장면 한 장면 땀과 눈물로 만들었어요.”

가장 고통스러운 촬영 장면도 극비 훈련과 경기하는 모습이었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할 만큼 체력적·정신적 싸움의 연속이었다.

“바닷가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모습은 강 감독님께서도 ‘야, 무슨 <실미도> 다시 찍는 것 같다’ 하셨을 정도로 모두 힘들어했죠. 화면에서는 유쾌하고 발랄하게 보이지만 날씨가 추워서 서 있기도 고생스러웠거든요. 물도 워낙 차서 빨리 찍고 끝내야겠다는 마음 밖에 안 들더라고요. 특히 두 경기 야구 장면을 찍는 것은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오전 8시에 슛이 들어가면 해가 지기 전까지인 오후 5시까지 풀가동이었죠. 두 경기를 찍은 시간을 합하면 16~17일 정도 됐고요. 몸도 마음도 지치고 힘들었지만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찍었습니다.”

<글러브> 속 장기범을 보면 전작 <홍길동의 후예> 속 ‘홍찬혁’ 캐릭터를 소화한 동일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만큼 장기범은 한 단계 성숙해져 있었다. 아역배우 출신에서 성인 연기자로 변신한 장기범은 <글러브>를 통해 한 단계 더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글러브>는 제가 나아가야 할 길을 밝혀주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관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 되고 염려도 되는데요. 작품을 무서워하는 배우는 되지 않으려고요. 어떤 작품이 주어지든지 절 원하는 감독님이 계시다면 뛰어들고 싶어요. 강 감독께서 ‘지금의 눈빛을 잊지 말라’고 격려해주셨는데요. <글러브>를 촬영하면서 제 안에 움텄던 연기 열정을 하나씩 보여드릴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사진=이은지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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